[항간세설] 인구절벽 시대의 소확행

요즘 소확행(小確幸)이 유행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패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돈과 권력과 명예도 싫고, 지금 여기서 나만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욜로(You Only Live Once)라는 말도 소확행과 일맥상통한다. "당신은 단 한번 밖에 살지 못한다."고 어느 래퍼가 노래한 후 욜로는 유행처럼 번졌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선 우리 사회가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로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제 멋대로' 사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부모가 강요한다고 결혼할 자식들도 많지 않다. 원룸이 유행하고 앞으로 4-5년 이내에 1인가구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꼰대들과 싸우며 숨막히는 생활을 해야하는 대기업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박봉이지만 내 할 일 맘대로 할 수 있는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공시족들이 늘어났다.

두번째 이유는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축을 하지 않고 소비한다. 집을 사지 않고 차를 사고 돈만 생기면 여행을 떠난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 올인한다. 최근에 불거진 국민연금 사태가 소확행이나 욜로를 부추길 가능성이 큰 것도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조기 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을 많이 내고 늦게 받게 하겠다는 에드벌룬을 띄웠다가 민심이 뒤집어지자 정부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런데 이런 소확행도 젊고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늙고 병들면 무슨 재주로 소확행을 하겠는가. 소위 말하는 '일하며 여행하기Working Holiday' 도 걸어 다니고 일할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노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구절벽에 봉착했다. 햇빛 찬란한 젊은 날 실컷 소확행을 하더라도, 비오는 날에 대비하여 각자 비자금 주머니 하나 쯤은 차고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도 없다. 


논설주간 이봉수 


 



이봉수 기자
작성 2018.08.29 12:22 수정 2020.07.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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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