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석의 고전 여행]

나관중의'삼국지연의'에서 '난중일기'내용을 찾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면, 일기 이외에도 교훈이 될만한 옛 문헌에서 옮겨 적은 여러 가지 글들이 있다. 이는 대부분 전쟁을 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글들이다. 이 중에는 의미는 이해되지만 그 글의 정확한 출전을 알 수 없는 글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갑오년 1128일이후 난도(難逃)이하의 글인데, 필자가 이에 대한 출전을 나관중의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에서 처음으로 찾아내었다.   

난도(難逃)난도정수(難逃定數)”에서 유래한 말로 해석하면 정해진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도()자를 도망으로 풀었지만, 이 원전에 근거하면 피하다로 해석해야 맞다. “난도정수란 말의 배경은 이러하다. 중국 촉한의 정치가 제갈량이 임종하기 전에 한나라 후주 유선(劉禪)에게 올린 유표(遺表, 임종시 임금에게 올리는 글)에 나오는 말이다.

살고 죽는 것에는 상도가 있으니, 정해진 운명은 피하기 어렵다(生死有常, 難逃定數)”고 하였다.
- 삼국지통속연의104, 큰 별이 지고 한승상이 죽다(隕大星漢丞相歸天)-
 
난도(難逃)”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두 구절이 있다.

밖에는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이 없고 안에는 계책을 결정할 동량이 없다. [外無匡扶之柱石, 內無決策之棟樑]”
배를 더욱 늘리고 무기를 만들어 적들을 불안하게 하여 우리는 그 편안함을 취하리라.[增益舟船, 繕治器械. 令彼不得安, 我取其逸]”  

이는 삼국지연의22조조가 군대를 나누어서 원소를 대항하다[曹公分兵拒袁紹]에서 인용한 것이다. 앞글은 촉한의 유비(劉備)가 조조(曹操)와 전쟁하기 위해 원소(袁紹)에게 지원을 요청하려고 할 때 정현(鄭玄)에게 받은 추천서의 일부 내용이다. 뒷글은 원소가 유비에게 지원출동을 하려고 할 때 출동을 반대한 원소의 부하 전풍(田豊)이 한 말의 일부 내용이다.   

갑오년 겨울 이순신은 10월에 치른 영등포해전과 장문포해전에서 큰 전과를 내지 못하고 전쟁이 장기화되어가자, 내실을 기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이 글들을 난중일기에 옮겨 적었다.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국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를 발탁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항상 옛 교훈을 통해 지혜를 발견한다. 설사 그것이 소설일지라도 그 내용이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면 마땅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 노승석 이순신연구가/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8.08.29 14:39 수정 2018.08.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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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