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고성향토문화선양회 학술세미나

'월이' 설화의 정본 확립과 콘텐츠 구현 방안

8월 29일 '문학의 집'에서 성황리에 개최

제2회 고성항토문화선양회 학술세미나



8월 29일 오후 3시 서울 '문학의 집'에서 이색적인 세미나가 열렸다. 지금으로부터 426년 전 경남 고성땅 당항포에서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군을 크게 무찌른 기생 월이에 대한 구전 설화를 어떻게 정리하고 콘텐츠화할 것인가를 두고 문인들이 모여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다. 고성향토문화선양회(회장 박서영)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는 고성 출신의 경희대학교 김종회 교수가 좌장을 맡아 발제를 하고  소설가 이순원, 평택대학교 김용희 교수, 동국대학교 문경연 교수, 중앙대학교 이명현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토론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당항포해전과 기생 월이 설화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구전 내용을 이봉수 작가의 '천문과 지리 전략가 이순신'이란 책에서 발췌하여 먼저 알아보자.

"1592년 음력 65일 (양력 7월 3일) 이순신 장군은 전라우수사 이억기, 경상우수사 원균과 함께 연합함대 51척을 이끌고 견내량을 지나 당항포로 향하고 있었다. 이 때 진해(鎭海,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동리) 연안에 포진하고 있던 유숭인 휘하의 함안 육군으로부터 당항포는 포구가 좁으나 전선의 출입이 가능하고 포구 안은 넓어서 해전이 가능함을 알아냈다. 곧바로 조선 연합함대는 지금의 동진교 다리가 있는 당목에서 가까운 양도 뒤에 전선 4척을 숨겨두고 거북선을 선두로 47척의 전선을 몰고 당항만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놀란 동네 사람들이 산 위에서 내려다보니 조선수군의 척후선으로 보이는 배가 나타나자 두호리 근처에 있던 왜선들이 추격해 내려가다가 당항포 앞에서 멈춰 진을 치고 북과 징을 울리며 기세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척후선이 물러간 방향에서 거북선을 앞세운 이순신 함대가 위풍도 당당하게 나타나 비호처럼 왜선을 때려 부수니 일순간 당항포 앞바다는 불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적도들은 검은 깃발에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花經)’이란 흰 글자를 써서 배에 달고 있었다. 이날 24-25세 정도 되어 보이는 적장이 화살을 10발 이상 맞고 크게 울부짖으며 층각선 위에서 떨어졌다.
 

여기서 왜군의 대선 9, 중선 4, 소선 13척 중, 민간인들을 해칠 것을 염려하여 퇴로를 열어 도망치라고 남겨둔 1척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장시켰다. 다음날 66일 남겨둔 왜선 1척이 왜적 100여 명을 싣고 나오는 것마저도 당항만 입구의 양도에 매복해 있던 조선수군이 격파했다. 당항포해전에서 겨우 살아남은 적들은 뭍으로 도망을 가버렸으니 그곳을 도망개라 한다. 도망갔던 왜군들도 멀리 가지 못하고 지금의 배둔 남쪽 갯가에서 대부분 잡혔으니 그곳은 잡안개라고 부른다.

월이의 설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고성읍에서 가까운 무학리에는 기생을 둔 주막집이 제법 있었다. 1591년 늦가을 어느 날 해가 저물 무렵 나그네 한 사람이 무학리 무기정 꼽추집에 들러 하룻밤 묵어 가기로 했다. 그런데 꼽추집에서 제일 미모가 뛰어나고 재치 있는 기생인 월이는 이 나그네가 1년 전 이 주막에서 하룻밤 묵고 간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 나그네는 일본이 파견한 간첩이었다. 그의 임무는 조선 해변을 정찰하여 지도를 작성하고 침략 루트를 개척하는 동시에 민심과 정사를 염탐하는 것이었다. 막중한 정보수집 임무를 띤 거물간첩이었던 그는 서생포(울산) 해변으로 잠입하여 지도를 작성하면서, 동래, 부산포, 서평포, 다대포, 가덕 천성, 안골포, 합포를 거쳐 지금의 마산합포구 구산면과 진동면을 지나 당항만과 고성 일대를 정탐하고 있었다. 이후 통영과 삼천포, 사량도 일대까지 샅샅이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 그는 조선말에 능한 대마도 출신 간첩이었다
  
그 나그네와 꼽추집 기생들은 이미 얼굴을 아는 사이라 서로 술을 권하며 마음껏 퍼마셨다. 새벽닭이 울 즈음에 나그네는 고주망태가 되어 월이의 품에 떨어졌다. 그런데 월이가 보니 그 남자의 품속에서 비단으로 싼 보자기 하나가 불거져 나와 있었다. 보자기를 살며시 풀어보니 그 속에는 아주 정밀한 지도가 들어 있었다. 장차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 사용할 지도로 해로와 요충지, 육상의 길 등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월이는 상념에 잠겼다. 비록 기녀의 몸이지만 조선땅에서 태어났고, 조선은 부모님의 혼이 묻혀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월이는 정신을 가다듬고 붓을 찾았다. 붓을 든 월이는 지도상의 고성읍 수남동과 마암면 두호리 쪽을 연결하여 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이때 그 간첩이 잠꼬대를 하는데, '1년 후면 내가 이 고을의 군주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놀란 월이는 얼른 보자기를 다시 싸서 품속에 넣어주었다. 이 지도를 믿고 당항만 깊은 곳까지 들어왔던 적은 퇴로가 막혀 이순신에게 전멸 당하고 말았다.
 

기생 월이가 일본 간첩의 지도를 고쳐놓지 않았다면 고성 땅은 왜놈의 손에 아비규환이 되었을 것이다. 기생 월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이 고장에 구전으로 전해오지만 미천한 신분이라 그랬던지 그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무학리 무기정이 있었던 곳이 기생촌이었다는 설화와 함께 당항포에서 왜놈들이 속았다 하여 이 일대 바다를 속싯개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 이봉수 저, '천문과 지리 전략가 이순신'에서 발췌.


좌로부터 김용희, 이순원, 김종회, 문경연, 김명현


발제자로 나선 김종회 교수는 월이에 대한 구전 내용을 전설이 아닌 설화로 규정해야 한다면서 월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일단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역사소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역사소설이 갖는 서사구조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 팩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월이가 이루어낸 위업을 격조있게 그려내야 한다. 그리고 문화 콘텐츠로 활용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고성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월이 이야기 공모전'을 개최하는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일을 경남도와 정부에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소설가 이순원은 고성에 이렇게 훌륭한 문화 콘텐츠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일갈하면서 월이에 대한 스토리텔링 방향을 제시했다. "월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논개가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월이 이야기는 당시 조선 조정의 당쟁과 임진왜란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조명해야 한다. 역사적 무대를 제대로 그리기 위하여 이순신 해전 현장의 전문가를 포함하여 지역민들의 총체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택대 김용희 교수는 월이에 대한 스토리텔링 방향을 제시했다. "월이를 어떤 캐릭터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하고 클라이맥스는 어떤 부분이 되어야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극 평론가인 동국대 문경연 교수는 월이 설화의 극예술 문화콘텐츠화를 위한 제언을 했다. "스토리가 다양한
미디어와 결합할 때 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와 의미가 생성된다. 역사를 가지고 노는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소통과 공감이 가능한 차별화된 콘텐츠라야 한다. 단선적 민족주의만 강조하면 반감을 살 수 있다. 서사적 진행이 절정의 장면에서 이순신이 아닌 월이에게 몰입되게 해야 한다.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닌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서브 서사가 있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이명현 교수 역시 월이 이이야기의 극예술 콘텐츠화를 위한 제언을 내놓았다. "월이 이야기는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어떻게 재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 정체성과 장소를 염두에 두고 역사적 팩트와 현재적 상상력이 결합된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임란 격전지에 초점을 맞춘 장소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을 할 경우 대중에게 크게 각인될 것이다."고 토론을 했다.

방청석에 있던 이순신전략연구소 이봉수 소장은 "고성은 월이 뿐만 아니라 벽방산 망군 제한국, 의병장 탁원 등의 소재가 많은데, 이를 입체적으로 월이 설화 속에 녹여 넣어야 한다. 월이 이야기는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김종회 교수는 토론자들을 '고성향토문화선양회'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모두가 동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성문화선양회 박서영 회장을 비롯하여 신대도 재경고성향우회 고문, 심의표 '로지웰' 회장, 이봉원 '윈컴피알' 대표, 서병진 '한국시사랑문학회' 회장,  오희창 '문협서울시지회' 이사,  최송림 극작가, 서형덕 지넷시스템 부사장, 배만호 고성신문 서울지사장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열기가 높았다.

 


이해산  기자


이해산 기자
작성 2018.08.30 14:09 수정 2018.08.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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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