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푸른 꿈이여, 영원하리'

이태상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

 

최근(202067) '디어 클래스 오브 2020(Dear Class of 2020, headlined by Barack and Michelle Obama)'의 대미를 장식한 BTS의 노래 '소우주(Mikrokomos)' 가사 한 토막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The worst thing that can happen to a writer is to become a Writer.”

 

미국 작가 메리 맥카시(Mary McCarthy 1912-1989)의 말이다. 이 말은 글 쓰는 일이 사랑을 하고 삶을 사는, 삶을 사랑하는 일을 대신할 수 없다는 말일 게다. 다시 말해 글과 삶이 같아야 한다는 뜻일게다.

 

이런 뜻에서 나 또한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사랑하며 살아온 삶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도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지 않게 말이어라.

 

심각한 체 하는 건 아직 떫은 때란 우리말이 있고, 영어로는 ‘Don’t take yourself too seriously.’라고 한다. 그래서 이 글도 우리 매사에 지나치게 진지하고 심각하지 말자는 비망록(備忘錄)이다.

 

이제 광복 75주년이 내일 모래인데 아직까지도 억지 이념과 사상으로 꽁꽁 얼어붙어 있는 모든 한을 풀고 우리 모두 가슴 뛰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봄 아지랑이처럼 하늘하늘 오르는 코스모스무지개 타고 가볍게 하늘로 피어오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빌 뿐이다.

 

미국 출생의 영국 시인 티 에스 엘리엇(T.S. Eliot1888-1965)의 시 ‘Four Quartets’의 한 구절 우리 함께 음미해보리라.

 

우리는 탐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하는 모든 탐험의 목적은

우리가 출발한 지점에 도착해서

이곳을 우리가 처음으로 알게 되는 것이리.

 

We shall not cease from exploration,

and the end of all our exploring

will be to arrive where we started

and know the place for the first time.

 

아울러, 다음과 같은 두 사람의 대조적인 말도 우리 한 번 깊이 곱씹어보리라.

 

세상에 내가 무언가를 작곡해 그 곡을 들어보는 것 이상의 더 큰 기쁨과 희열은 없다. 예술을 위해 사는 것 이상의 행복을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There is nothing greater than the joy of composing something oneself and then listening to it. My imagination can picture no fairer happiness than to continue living for art.”

 

독일의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6)의 말이다.

 

내가 비록 세계 최고의 명작을 썼다 한들

내가 비록 세계 최고의 교향곡 심포니를 작곡했다 한들

내가 비록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한들

내가 비록 세계 최고의 절묘한 조각을 새겨 만들었다 한들

내가 낳은 내 아기를 내 가슴에 안았을 때처럼

고양된 창조감을 느껴보진 못했으리라.

 

어떤 인간도 내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후 내가

자주 느끼는 이 엄청난 사랑과 기쁨의 충만감을

수용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으리. 이와 함께

숭배하는 경모심(敬慕心)도 생겼어라.”

 

“If I had written the greatest book

composed the greatest symphony

painted the most beautiful painting or

carved the most exquisite figure

I could not have felt the more exalted creator

than I did when they placed my child in my arms.

 

No human creature could receive or contain

so vast a flood of love and joy as I often felt

after the birth of my child. With this came

the need to worship and adore.”

 

미국 언론인 작가로 사회개혁가 도로시 데이(Dorothy Day 1897-1980)의 말이다.

 

이 말의 핵심(核心)은 어린아이가 우리 모두의 신()이란 뜻이리라. 그렇다면 55일만이 아니고 일 년 365일 매일이 우리의 주일(主日)어린이날이어라.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해마다 바뀌고 여러 정책이 늘 제시되지만 정작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다. 우리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들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동서양의 고전을 통해 지식을 살찌우고 지혜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며 건강한 가치관을 정립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올재를 설립했다.”

 

올재의 홍정욱(1970 - ) 대표의 말처럼 이 출판사는 저작권 문제가 없는 동양과 서양의 고전을 최대한 읽기 쉬운 한글 번역본과 누구나 갖고 싶은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출판하여, 대기업에게서 후원을 받아 한 권당 2,000원 내지 3,000원 대의 가격으로 대중에게 판매하고, 전체 발간 도서의 20%를 저소득층과 사회 소수계층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는 일종의 소셜 비즈니스 회사라고 한다.

 

1970년과 2012년 영화로도 만들어진 나의 달콤한 오렌지 나무(My Sweet Orange Tree/Meu Pe’ de Laranja Lima by Jose’ Mauro de Vasconcelos 1920-1984)란 소설이 있다. 1968년 출간되어 브라질 초등학교 강독 교재로 사용됐고, 미국, 유럽 등에서도 널리 번역 소개되었으며, 전 세계 수십 개 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한국에서는 1978나의 라임오렌지나무로 첫선을 보인 후 50여 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중복 출판되어 400만 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2003‘MBC 느낌표에 선정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성장 소설의 고전이다.

 

저자 바스콘셀로스는 1920년 리우데자네이로의 방구시에서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인디언계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권투선수, 바나나 농장 인부, 야간 업소 웨이터 등 고된 직업을 전전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이 모든 고생이 그가 작가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모든 나라에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모든 어린이들에게 바치는 헌사(獻詞/獻辭)’라고 할 만한 이 저자의 자전적 소설에서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극심한 가난과 무관심 속에서도 순수한 영혼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여덟 살짜리 소년 제제(Zeze)가 티 없이 짜릿 풋풋한 눈물과 웃음을 선사한다. 장난꾸러기 제제가 동물과 식물 등 세상의 모든 사물과 소통하면서 천사와 하나님이 따로 없음을 실감케 해준다.

 

바스콘세로스는 이 작품을 단 12일 만에 썼지만 20여 년 동안 구상하면서 철저하게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한 권의 소설을 단 한 줄로 쓰는 것이 시라면, 마찬가지로 한 권의 자서전을 한 편의 단문으로 쓰는 게 에세이나 수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화가나 작가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색안경을 쓰고 쓰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판이해지듯 그림을 보고 글을 읽는 사람도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보고 읽느냐에 따라 보고 읽는 내용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리라.

 

그러니 동심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꽃 천지요 별세계다.

돌도 나무도, 벌레도 새도, 다 내 친구요 만물이 다 나이며,

모든 것이 하나이고, 어디나 다 놀이터 낙원이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요술쟁이 어린이로 태어나지 않았는가.

 

1590년에 나와 불태워지는 대신 불처럼 번져나갔고, 불타오르듯 읽혔다, 중국 당나라 때 진보적 사상가였든 이탁오(李卓吾 1527-1602, 서양에는 Li Zhi로 알려진)는 그의 대표적 저술로 시와 산문 등을 모아 놓은 문집 분서(焚書)’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린아이는 사람의 근본이며 동심은 마음의 근본이다. 동심은 순수한 진실이며 최초의 한 가지 본심이다. 만약 동심을 잃는다면 진심을 잃게 되며, 진심을 잃으면 참된 사람이 되는 것을 잃는 것이다.”

 

시야 놀자의 서문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동심은 시의 마음입니다. 동심을 잃어버린 세상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시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신이기 때문에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은 어른들이 시를 씁니다. 동심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어떻게 하지 못합니다.”

 

우리 윤동주의 동시 세 편을 같이 읊어보리라.

 

나무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반딧불

 

가자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내일은 없다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깨어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통신 이론상 신호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낮은 주파수만이 아니라 낮은 속도의 전송신호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와이파이 같은 통신기기는 사용자와의 거리가 수십 미터 정도이니까 1초에 5억 비트 정도까지 전송할 수 있지만, 5,000km가 넘는 화성의 탐사선까지 보내려면 1초에 수백 비트 정도 낮은 속도로 보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낮은 소리의 말은 귀보다는 가슴에 들리고 마음에 전달되는 것 같다. 내가 딸 다섯을 키우면서 애들이 아주 어렸을때부터 항상 애들한테 고작 한 말이 낮은 목소리로 네가 더 잘 알아(You know better)’라고 하면 애들이 정말 더 잘 알아서 하고 했으니까.

 

내 피는 안 섞였지만, 사랑으로 키운 막내딸의 결혼식 전날 저녁 양가 가족들과 친구들만 초대한 식사 자리에서 신랑과 신부에게 나는 다음과 같은 짤막한 조언을 하자 젊은 친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환호성을 들었다.

 

Good Evening.

 

This is a very good and special evening to us all, as we are here to celebrate the cosmic union, if not reunion, of Ben and Jackie (for Jacqueline), their families and friends.

 

May it be the start of a wonderful journey together full of fun for the completion of their, or rather, our preordained unity.

 

My wife, Kay (for Kilja), who is esteemed the perfect matriarch, and I, Tae-Sang, her loyal attendant, we are extremely happy to have Ben (for Benjamin) as our son-in-love, I repeat, son-in-love, not son-in-law, because we believe in love, not in law. For the whole tribe of Kay’s, life means love, nothing else.

 

I think there is a close affinity between Jewish and Korean. (Ben is Jewish.)

 

Now, let me have Ben’s attention for a moment, please.

 

I want you to look at Jackie’s Mom tonight. Even if you like her today, take a look at her tomorrow. If you still admire and adore her as I do, then, close your eyes. Yes, go ahead and marry her daughter as planned.

 

Ladies are said to be fickle like the weather. They say men can never understand women. I have a tip for you, Ben. Just stand under. I mean under the umbrella of love. You may get wet and suntanned a little from time to time, but never soaked or sun-burnt. There will be no bad weather, only different kinds of good weather for you Ben as long as you stay under the magic umbrella. You know what! You might even soar high above the clouds occasionally.

 

Here are the luckiest young man and the most beautiful and lovely girl.

 

I’d like to propose a toast to the blessed couple.

 

Cheers!

 

2015124일자 미주판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 칼럼 문명의 이기는 어디로부터 오는가에서 문유석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렇게 진단한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파리 테러는 모두 프랑스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서구 문명에 대한 공격적 의미가 크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대혁명 정신을 토대로 수 세기에 걸쳐 유럽은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의 진보한 사회를 건설했다. 넘치는 자유, 다양성의 존중, 민주주의, 높은 수준의 복지, 그런 사회 내부에서 성장한 이민자 자녀들이 사회에 대한 증오를 토대로 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이들의 공격은 서구 문명이 건설해 온 소중한 가치들이 모래성처럼 취약했다는 것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는 그 해법도 제시한다.

 

장벽을 허물고 세계를 평평하게 만들어 온 것은 서구 문명의 경제적 토대인 자본주의다. 자본은 쉴 틈 없이 경계를 해체하며 새로운 시장과 싼 노동력, 풍부한 자원을 확보하려 한다. 저커버그가 드론을 띄워 아프리카 오지까지 인터넷을 제공하듯 말이다. 장벽을 쌓고 먼 곳에 있는 테러리스트를 겨냥해 보내는 폭격기들의 부수적 피해, 즉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분노는 제거한 테러리스트 숫자보다 훨씬 많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새로 공급한다. 결국 서구 문명이 건설한 가치 자체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것을 장벽 내에서 자기들만 누린 것이 문제였을까. 어느 쪽을 문제로 보느냐에 따라 해답도 달라질 것이다.”

 

맥스(Max), 태어난 걸 축하해. 정말 멋진 엄마와 아빠를 뒀구나. 두 분의 결정을 듣고 흥분했어.”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1984 - ) 페이스북 CEO와 아내 프리실라 챈(Priscilla Chan, 1985 - ) 부부가 딸 맥스를 낳은 뒤 페이스북 지분의 99%(당시 시가 약 52조원)를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2015121일에 멀린다 게이츠(Melinda Gates, 1964 - )가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그리고 멀린다는 저커버그 부부에게 이런 말도 했다.

 

씨가 뿌려졌고, 이제 자랄 겁니다. 수십 년 동안 열매를 맺겠지요.”

 

멀린다는 남편인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Bill Gates, 1955 - )와 재단을 만들어 자선활동을 펴고 있다. 2008년까지 360억 달러(당시 약 42조원)를 기부했고 매년 추가로 기부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미네소타주() 로즈마운트의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에 한 노부부가 50만 달러의 수표를 내놓았다. 미국 구세군 자선냄비에 이만큼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노부부는 익명을 요구하며 젊었을 때 식료품점 앞에 버려진 음식으로 연명했었다며 이제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앞날이 불안했을까. 게다가 그는 녹색과 빨간색을 구분못하고 파란색이 가장 잘 보인다는 적록색맹이라니 또 얼마나 불편했을까. 하지만 그는 푸른 꿈을 꾸면서 그 파란색꿈을 이뤄 인류에게 또한 그 푸른꿈을 심어주고 있다.

 

옛날 가수 송민도(宋旻道, 1925 ~ )가 열창한 노래 푸른 꿈이여 지금 어디를 우리 같이 불러보리라.

 

푸른 꿈이여 지금 어데 사라져 갔느냐 멀리멀리

나의 사랑아 지금 어데 행복한 그 시절

돌아 오렴아 아무도 모르게

푸른 잔디를 가만가만 밟고 오렴아

푸른 꿈이여 지금 어데 사랑아 지금 어데

 

푸른 꿈이여 지금 어데 무심히 갔느냐 멀리멀리

나의 사랑아 지금 어데 그리운 그 시절

돌아 오렴아 꽃수레 타고서

파랑새들의 즐거운 노래를 들으며

푸른 꿈이여 지금 어데 사랑아 지금 어데

 

 

, 우리 모두 우주나그네 코스미안의 푸른 꿈이여, 영원하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 통역관


건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6.15 11:00 수정 2020.09.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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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