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재의 연당일기] 부자와 빈자의 코로나대처법

위선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6.18 11:50 수정 2020.06.18 20:35

! 이제 여름이구나, 여름이 왔구나 하고 실감을 하는 때는 머리를 감고 났을 때이다. 겨울엔 머리를 잘 싸두지 않거나 머리가 젖은 상태에서 찬 바람을 쐬면 당장 감기에 들기 때문에 머리를 자주 감을 수도 없었고 감더라도 헤어드라이어로 잘 말린 다음에야 밖에 나갈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고 집에 돌아와서는 비에 젖은 머리를 감아야 했는데 감은 머리를 툴툴 털고 나서 젖은 채로 돌아다녀도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개운했다.

 

여름이 좋은 게 이런 점 때문이다. 옷차림도 느슨한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면 되니 엄청 간편하다. 밖에 나가 뛸 때도 운동화만 신으면 되니 얼마나 좋은가? 한 달 전 조깅을 다시 시작했을 때는 무릎이 매우 아팠었다. 그래서 엉거주춤한 슬로우모션으로 뛰어야만 했다. 그런데 요즘은 제법 날렵한 모습으로 뛰고 있다.


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 거리 두기 기간이 부자들에겐 휴식의 기간이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고통의 기간이란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는데 그것이 나와 친척 동생이 처한 현실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이 기간을 자기 계발과 취미생활에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와 잘 자리 잡힌 생황에서 오는 안정감을 누리고 있는 동안 가난한 동생은 궁핍함에 고통받고 일자리를 찾아 헤매느라 고달팠고 암울한 앞날의 전망에 절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친척 동생은 남편인 샘이 사업을 펼쳤다가 망하는 바람에 빚만 잔뜩 지고 세금도 잔뜩 밀린 채 살던 아파트에서도 쫓겨나 길거리에 나 앉게 되고 나서부터 시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혼자 살고 있던 90세를 넘긴 시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기 시작한 지가 이제 삼 년이 되어간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전에는 네일살롱에 일을 다니면서 시아버지와 마주치는 일을 피할 수 있었으나 이제 그러지도 못하고 화장실을 쓰는 것조차 눈치 보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쫄딱 망한다는 것이, 땡전 한 푼 없는 처지가 된다는 것이, penniless가 된다는 일이 이처럼 무시와 냉대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면 참으로 무서운 일인 것 같다.

 

나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이 궁핍과 굴욕이 친척 동생에게는 일상이 되었고 이처럼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궁핍함에 시달리며 살게 된 세월이 길어지면서 동생은 아주 작은 일에도 서러워하고, 툭하면 눈물을 터트리고, 신세 한탄과 한숨 속에서 살고 있고 얼굴엔 울상이 영구히 자리 잡게 되어 웃어도 우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답답한 노릇은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동생은 다른 사회 극빈자들이 받는 여러가지 공적 보조금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동생의 남편인 한 때 잘 나간다고 큰 집을 덜컹 샀다가 그 모기지를 갚지 못해 압류당했을 때부터 밀려 왔던 세금은 이자에 이자가 붙어왔기에 그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국세청의 추적을 피해 숨어 살다시피하고 있는 형편인데 그러다 보니 매년 해야 하는 세금 보고도 못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차라리 수입이 없다고 세금 보고를 하면 극빈자에게 주는 메데케이드나 푸드 스템프라도 받을 수 있는데 세금 보고 자체를 못 하니 그럴 수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그처럼 궁핍한 가운데서도 가난할수록 더 많이 받는 국가 보조금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 답답한 것은, 아니 암울한 것은 이제 동생은 그나마 용돈과 생활비를 조금씩 벌어 오던 직장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동생이 초보자로 다니던 네일살롱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게 된 업종 중의 하나이다.

 

그 내용이 사람의 손발을 다듬어주는 서비스인데 앞으로도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될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는 이 서비스가 불가능하거나, 활발할 수가 없고, 어쩌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 기술도 없고, 직업 훈련도 없고, 교육도 없고, 사회 경험도 없는 친척 동생은 어디 가서 직장을 구한단 말인가?


앞으로 호텔 업계에서도 종업원들을 많이 자른다는 전망인데 동생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동생이 친구는 근처 호텔의 객실을 청소하는 메이드로 일하고 있었다는데 이제 그녀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된다는 것일까?

 

지금 동생과 동생 친구의 가슴을 짓누르고 잇는 것은 화창한 날씨에도 밖에 나가지 못하는 이 Containment 기간의 답답함과 현재의 궁핍스러움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어려운데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한 코로나 사태 이후의 일일 것이다.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수천 명, 수만 명이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생겨난 실업자만 수백만 명이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 보조금이나, 경제부양책은 지금은 이들을 어느 정도 도울 수 있겠지만 앞으로 닥칠 공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가난한 사람들은 더 큰 가난에 몰리게 되고 거기에 방치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부자들에겐 휴식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고통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이다.

 




[위선재]

뉴욕주 웨체스터 거주

위선재 parkchester2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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