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보는 세상] 속도, 그리고 삶

신연강



코로나로 인해 삶의 속도가 부쩍 빨라졌습니다. 전 세계 확진자 수가 840, 그리고 사망자가 45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무서운 전염병이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키고 삶의 속도를 가속합니다. 특히 사망자들로선 한 번뿐인 삶을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그냥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삶의 속도를 늦출 방법은 없을까요.

 

정보, 통신, 교통의 발달로 삶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우리는 삶에서 놓치고 가는 것이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목적지에 무조건 빨리 간다고 해서 그곳에 꼭 행복이 기다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가는 길에 행복이 놓여있다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놓칠 수도 있는 현대의 삶입니다.

 

대개 십대, 이십대에는 시간이 안 간다고 하는데 반해, 나이 드신 분들의 가장 큰 바람은 어떤 부귀영화보다도 가는 세월을 멈추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그 무서운 시간의 속도를 좀 늦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돌아보면 이십대에 느꼈던 속도에 대한 열망과 욕망을 족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끔씩 부모의 차를 훔쳐 타거나, 가짜 신분증으로 차를 렌트해서 타고 달리다 사고를 내는 십대와 이십대들의 얘기가 뉴스에 나옵니다. 얼마나 달리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미처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습니다.

 

누구나 경험하듯 저도 그런 어설프고 결기어린 이, 삼십대를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 자전거도 좋아지고, 길을 걸으며 꽃을 보는 것도, 지나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런저런 삶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행복이 온다고 한 이반 일리히Ivan Illich 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연과 세상사에 깃든 작은 행복들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굳이 고속으로 질주하여 바삐 저승으로 향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요.

 

이십대의 거창한 꿈, 삼십대의 야심, 사십 대의 출세와 비교우위의 욕망, 그러한 것들을 조금씩 늦추고 비우며, 자연과 시간의 흐름에 순응해가는 것. 그 가운데 삶의 지혜를 조금씩 얹어서 명철함을 늘려가는 것, 그럼으로써 조화롭고 평안하며 포용적인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삶을 속도로 표현한다고 하면 비바체(Vivace)-알레그로(Allegro)-모데라토(Moderato)-안단테(Andante), 안단테-아다지오(Adagio)정도면 어떨까요. 인생 항로에서 비바체(빠르고 경쾌하게)> 알레그로(빠르게)> 모데라토(보통 빠르게)> 안단테(느리게), 안단테> 아다지오(아주 느리고 침착하게)로 표현되는 삶의 양상을 띠고서 말입니다.

 

노래 한곡 들어볼까요. 아바ABBA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편안하고 흥겹습니다. 왕복 없는 삶의 선로에서, 전 세계 팬을 열광시켰던 아바의 노래 <안단테 안단테>. 나는 당신의 시간, 당신의 음악입니다. 나를 연주하세요. 나를 살며시 즈려밟고 가세요.

 


    

Andante Andante

 

Take it easy with me, please

Touch me gently like a summer evening breeze

Take your time, make it slow

Andante, andante

Just let the feeling grow

 

함께 있어서 편안하죠, 우린

여름 밤 산들바람 불어오듯

천천히 천천히

안단테 안단테

마음이 커갑니다

 

중 략

 

Touch my soul, you know how

Andante, andante

Go slowly with me now

Im your music

(I am your music and I am your song)

 

내 마음, 당신은 알잖아요

안단테 안단테

함께 천천히 말이예요

(난 당신의 음악, 당신이 부르는 노래)

 

중 략

 

Make me sing, make me sound

(you make me sing and you make me)

Andante, andante

Tread lightly on my ground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가슴 벅차도록 노래합니다

(당신은 나를 노래하고 온전토록 합니다)

안단테, 안단테

나를 즈려밟고 가세요

안단테, 안단테

(마음 아프지 않도록)

안단테, 안단테

(가슴 깊이 담으세요)

 

세월이 가도 여전히 싱그럽고 아름다운 노래. <안단테 안단테>를 들으며, 인문(人文-삶의 무늬)을 천천히 그려갑니다.

 

안단테, 안단테... 천천히, 안단테,




 

[신연강] 인문학 작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6.19 11:35 수정 2020.09.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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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