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만선

전승선

이해산 기자

작성 2020.06.27 11:17 수정 2020.06.27 11:19





만선

 

 

나는 그날 단독자였다.

벌써 술잔은 여러 번 비웠고

몽롱한 언어들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내 우울한 풍경의 뼈마디를 사정없이 쑤셔댔다.

앞에 앉은 시인은 생선 같은 비린내를 풍기며

창밖에 묶인 시선으로 혼자 중얼거리고

나의 정맥은 뜨거운 피를 운반하느라 푸른 핏길이 섰는데

을지로3가 만선집 안 사람들은 쓸쓸하게 떠들어 대며

상처난 도시의 풍경을 쫙쫙 찢어 입에 넣고 있었다.

비겁한 나는 도시를 사랑하지 못했다.

정맥의 푸른색만을 낯설게 배회하면서

한 줄의 시를 운반하느라 두통에 시달렸다.

내 몸의 내륙은 먼 곳을 향해 늙어가다가

점점 절박한 투정의 기록조차 잃어 가는데

나는 여전히 단독자로 살고 있었다.

만선에서 돌아온 밤 나는 다시 만선을 찾아

이질적 해역을 버리고 바다로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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