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후폭풍

이경수

 


최근 인천 국제공항공사가 1900여 명의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로 전환하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회 갈등과 분열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취업 준비생들과 부모가 이게 뭔 소리 나며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마침 이때다 싶었는지 어깨에 힘깨나 쓰는 야당 정치인들은 공정하지 못하단 말로 너나없이 정규직 전환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야를 떠나 온 국민이 두 팔을 벌려 반겨야 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이번엔 왜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비리 소식이 들렸을 땐 이토록 시끄럽진 않았었다. 그때와 좀 다른 게 있다면 언론은 기사를 쓰지도 않고 싣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시간 특정 언론과 종편에선 비중 있게 다루고 있으며 악의적인 가짜 기사를 자꾸만 쏟아 내고 있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 어린 이 말을 최근 여러 언론이 일부러 나쁘게 조장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동안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외쳐온 건 여야 정치권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이에 힘입어 국민의 바람대로 좋은 일을 하려던 인천공항공사가 이번 일로 여론의 비난을 이토록 심하게 받아 마땅한지 우리는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취업 준비생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솔직히 인천공항공사 스스로 결정한 일을 그들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은 없다. 그들 또한 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싶은 맘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질 않은가. 그럼에도 몇 년 일찍 입사한 비정규직들이 보다 쉽게 정규직이 된다니까 배가 아프단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 자기보다 실력이 못한 사람은 평생 정규직이 되어선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이런 억지는 오랜 시간 사측과 투쟁하여 그들 스스로 쟁취한 권리마저 내놓으란 말과 같다. 대통령은 비정규직 편에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숟가락만 살짝 보탰던 것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취업 준비생의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전망은 정말이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증가할수록 정규직 취업의 문 또한 늘어날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우리는 지금 이렇게 밤낮으로 고생해 가며 공부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시험도 치르지 않고 들어간 비정규직이니 미래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히 정규직이 되어선 안 된단 소리와 같다. 그동안 비정규직 증가는 커다란 사회 문제로 불거졌었다. 정규직 전환은 고용 안정과 보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최근까지 미루고 미루어 오다 인천공항공사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이 사회가 빚이 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주역이다. 이 나라의 수백만 비정규직은 매일 정규직 전환을 꿈꿔 온 사람들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고 나선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들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정규직은 이미 그 회사에서 상당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들 몫이 적어질지 모른단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건 잘 안다.

 

그러나 정규직이 아무리 잘났어도 노동을 팔고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노동자가 비슷한 일을 하면서 차별과 적게 받는 것을 크게 분노할 일이다. 그럼에도 일부는 경쟁자로 착각하거나 자기보다 조금 더 많이 받아 가는 것을 몰래 배 아파한다. 그렇게 해선 안 될 일이다. 이제 정규직 전환의 빗장이 조금 열렸을 뿐이다. 이번 사태로 눈치가 빠른 민간 기업은 정규직 전환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판단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 자식이 조금 더 잘 되길 바라는 부모와 앞날이 막막한 취업 준비생들이야 그렇다 쳐도, 현재 배가 부른 야당 정치인들의 속내는 바로 이런 혼란이 오길 내심 바라고 있질 않았나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의 행복을 바라는 정치인이라면 여와 야당을 떠나 다된 남의 밥에 코는 풀지 말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이경수 26ks@naver.com

​편집부 전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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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0.06.29 09:10 수정 2020.09.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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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