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더 이상 이순신 장군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의도에 맞게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곡해하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



 

최근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보다 매우 당황스러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 회원이 특정 인물의 행동을 옹호하기 위해 난중일기의 일부 내용을 곡해해서 이순신 장군 또한 관노와 잠자리를 가졌다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고 그 내용이 기사화가 된 것이다. 당연히 사실이 아닌 왜곡된 내용이겠지만 혹여나 그 내용을 통해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을 가질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러웠다.

 

아마 그 주장을 한 사람은 난중일기 정유년 1597421일 일기를 보고 짧은 지식으로 그렇게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관련된 난중일기의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이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의 교감완역 난중일기에 따르면 그날의 일기는 다음과 같다.

 

맑음. 일찍 출발하여 은원(논산 은진 연서리)에 도착하니, 김익이 우연히 왔다고 한다. 임달영이 곡식을 교역할 일로 은진포에 왔다고 하는데, 그의 행적이 매우 괴상하고 거짓되었다. 저녁에 여산 관노의 집에서 잤다. 한밤 중에 홀로 앉았으니, 비통한 마음을 어찌 견딜 수 있으랴.”

 

물론 관노 자체도 관의 노비로 일반적 상황에서 남자 종을 의미하며, 남자 종과 잠자리를 같이했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국어 독해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난중일기의 1597421일 내용만으로도 이순신 장군이 관노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해석해보면 이 구절은 단순히 은원에 도착한 후 김익을 만나 임달령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혼란스러운 나라의 상황에서 비통한 느낌을 받았다는 구절이라고 볼 수 있다. 관노의 집에서 잤다는 내용은 그저 숙박을 했다는 말일뿐 잠자리와는 연관성이 없다. 일기를 통해 혼란스러운 조선의 상황을 걱정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생각하면,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라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일 뿐이다.

 

갑오년(1592) 84일 난중일기에는 명나라 장수를 접대할 때에 여자들에게 떡과 음식물을 이고 오게 한 일로 경상 수사의 군관들과 색리들을 처벌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와 같이 이순신 장군은 명나라 원군을 대접할 때도 여자 문제에서 철저한 모습을 보였고, 평소에도 여색을 멀리하면서 여색을 가까이하는 원균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이순신 장군을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라고 매도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구절을 임의로 해석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존재한다. 자신의 말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수단으로 유명한 인물의 일화를 사용하는 것도 많이 사용되는 수법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자신의 의도에 맞추어 곡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언급한 의도는 짐작이 간다. 평소에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일말의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니,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이순신 장군을 차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들 수가 없어 역사적 사건을 자신의 의도에 맞도록 끼워 맞춘 불쌍하고도 안타까운 모습이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의 이명수 의원은 이러한 왜곡에 대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물타기 하기 위해 위대한 영웅을 허위 사실에 근거해 비교 인물로 등장시킨 것은 국민적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이순신 장군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이순신 장군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양동규 기자 yangsam_edu@kakao.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17 10:07 수정 2020.07.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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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