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데미안(Demian)에서 코스미안(Cosmian)으로

이태상

 

내가 좋아하는 말 세 마디가 있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921-1880)가 남긴 말이다.

 

늘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날개가 달린다고 나는 믿는다. (I believe that if one always looked at the skies, one would end up with wings.)

 

세상에 진리나 진실은 없다. 직감이 있을 뿐이다. (There is no truth. There is only perception.)

 

현실이 이상에 부합되는 게 아니고 '현실(現實)이 이상(理想)' 확인시키는 거다. (Reality does not conform to the ideal, but confirms it.)

 

이를 내가 겪은 예로 그 실증을 한두 개 들어보리라.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태생의 스위스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가 그의 1919년작 데미안(Demian)에서 말하듯이 사람 누구에게나 오직 한 가지 천직과 사명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고, 이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단호하게 자신 속에서 자신의 삶으로 살아버리는 것이다. 이 운명이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데미안에서 데미안의 엄마 에바 부인이 아들 친구 싱클레어에게 어느 한 별을 사랑했던 한 젊은이 이야기를 해준다. 이 젊은이는 하늘의 한 별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나 깨나 그는 그 별생각뿐이었다. 꿈까지 늘 꾸면서.

 

그렇지만 아무리 사모해도 인간이 하늘의 별을 자기 품에 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아니면 알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이와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이 그의 운명으로 생각하고 이러한 운명이 가져오는 고뇌와 자학을 통해 그는 자신을 정화하고 순화하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바닷가 높은 절벽에 서서 별을 바라보며 그리움이 온몸에 사무치는 순간 그는 별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 순간 이것이 불가능한 일인데란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바닷가에 추락하고 말았다.

 

그는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몸을 던지는 순간 그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을 굳게 믿었었다면 그는 하늘 높이 솟아올라 그 별과 결합했을 것이다. 에바 부인은 또 다른 얘기를 해준다. 이번에도 짝사랑하는 젊은이 이야기다.

 

실연당한 이 젊은이에게는 푸른 하늘도 녹색의 숲도 보이지 않았다. 시냇물 소리도 들리지 않고 좋아하던 음악 소리조차 즐겁지가 않았다. 세상만사 숨 쉬고 사는 것이 다 무의미했다. 부유하고 행복했던 그는 가난하고 비참해졌다.

 

그런데 타오르는 그의 정열의 불길이 그의 심신을 다 태우고 더욱더 강렬해지면서 이 젊은이를 숯덩이 자석처럼 만들었다. 그러자 그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인이 그의 자력(磁力) 같은 매력에 끌려 그에게 다가왔다.

 

두 팔을 벌려 여인을 끌어안는 순간 잃어버린 모든 것을 그는 되찾게 되었다. 여인이 젊은이 품에 안기자 모든 것이 새롭고 찬란하게 되돌아 왔다. 한 여인을 얻은 것이 아니고 온 천하를 얻은 것이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그의 눈 속에서 빛나고 더할 수 없는 기쁨이 그의 몸속으로부터 솟구쳐 샘솟았다. 사랑을 했고, 사랑함으로써 그는 자신을 찾았다.

 

사랑은 애원도 요구도 해서는 안 된다. 사랑은 사랑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에 도달할 수 있는 신념과 용기, 열정과 정열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때 비로소 끌리는 동시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넌 지금 내게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네 매력이 나를 끌어당길 때, 나는 너의 여자가 될 것이다. 나 자신을 선물처럼 그냥 줄 수 없고, 네가 먼저 내 마음과 혼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렇게 에바 부인이 싱클레어를 타이른다. 이런 얘기들이 가공적 허구이든 아니든 간에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갖가지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 새 생명을 출산하기 위한 해산의 진통, 이가 나고 날개가 돋기 위한 잇몸살과 날개 몸살 등등 말이다.

 

때로는 꿈꾸던 일이 뜻밖에 실현되는가 하면 이따금 꿈도 못 꾸던 기적같은 일까지 경험하게 된다. 군복무 시절 펜팔로 사귀던 아가씨와 제대 후 서울에서 잠시 사귀다 아가씨 어머님의 반대로 헤어진 후 198825년이 지나 뉴욕에서 우리는 다시 만나 드디어 맺어졌던 일이나, 또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 1959년 만난 내 첫사랑 코스모스 아기씨와 이루지 못한 사랑이 나의 소우주 코스모스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60년 만에 대우주 코스모스를 품게 된 것이야말로 더이상 바랄 수 없는 축복 중의 축복으로 감사할 뿐이다.

 

반쪽(Demian)’이 온전한 하나 코스미안(Cosmian)’으로 진화(進化) 발전(發展)한 것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21 10:43 수정 2020.07.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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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