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어느 임대인의 끝없는 ‘갑질’ 

문용대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22 11:15 수정 2020.07.22 12:28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갑질논란이 뜨겁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에게 하는 부당행위를 통칭하는 개념,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구는 짓 등으로 사전에 적혀 있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도 있다. 임대인은 임대사업자이고 세입자는 고객이다. 그러나 건물을 가진 임대인이 세입자의 우위에 있으니 이고, 약자인 세입자가 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절도범이 된 민 영환씨(가명, 70세) 이야기를 민 씨에게처럼 끝없이 갑질하는 임대인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세입자에게 참고가 됐으면 싶어 글을 쓴다.

1. 건물주가 민 씨를 절도범으로 고소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

 

민 씨는 201611월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자기 소유의 집을 전세 놓고, 비교적 싼 광진구 중곡동 석수연 씨(가명, 80)의 열다섯 세대가 사는 다가구주택 4층에 세 들어 입주했다.

 

집주인 석 씨는, 영감 유품을 훔쳐 갔다며 세입자 민 씨를 201711월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소했다. ()도 아닌 돌로 깎아 만든 두꺼비 형상이다. 경찰서와 지방검찰청 그리고 고등검찰청, 고등법원에 고소항고’, ‘재정신청을 거듭했지만 혐의없음’, ‘기각결정이 됐다.

 

민 씨는 연락처를 저장해두었던 직전 거주자 전영희 씨(가명)에게 돌 두꺼비 사진을 찍어 보내고 문자를 주고받는 중 전화가 걸려와 이렇게 말했다.

 

사진의 돌 두꺼비는 내가 살던 때 있던 것이 맞다. 그렇게 귀중하면 건물주 집에 갖다 놓지, 왜 세입자 사는 곳에 굴러다니게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여름에 문 닫히지 않게 받침대로 썼다.”

 

그렇다면, 종전 거주자 전 씨와 다툴 일이지, 민 씨 와는 무관한 일 아니냐고 해도 석 씨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전세보증금을 덜 주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펴는데 이미 이사 간 전 씨와는 돈 계산할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민 씨에게 훔쳐 간 돌 두꺼비 안 갖다 놓으면 전세보증금에서 5천만 원을 까겠다.”고 본심을 드러냈고 부동산중개업소에 가서도 공공연히 그리 말했다.

 

석 씨는 전 씨에게 민 씨 편이 되면 위증죄로 구속되고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고 문자와 전화로 수차례 협박했다. 석 씨는 대법원에 재항고까지 했지만, 대법관 4명 전원일치의견으로 최종 기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석 씨는 허위진술 결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 목숨 걸고 끝까지 할 것이다(보증금 못 주겠다)”고 한다.

    


 2. 또 민 씨를 모욕, 협박,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하더니, 폭행혐의로 고소

 

석 씨는 또다시 민 씨를 모욕’, ‘협박’, ‘재물손괴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에서는 모두 각하처분했다. 이번에는 옷깃 한번 스친 일이 없는 민 씨와 그의 아내까지 폭행혐의로 고소했다. 출석요구에 따라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갔다. 이곳에는 절도혐의로 조사받고 이번이 두 번째다.

 

민 씨가 검찰청에 가던 날은 봄비가 내렸고, 법원 가던 날은 가을비가 내리더니, 경찰서에 간 그날은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로 전국에 한파가 불어 닥쳐 하루종일 매섭게 추웠다. 처음 경찰서, 검찰청, 법원 이런 곳에 갈 적에는 긴장되고 쑥스럽고 조금은 창피하기도 했다. 일 년 넘게 드나들다 보니 이제 이력이 나서 고소인에 대한 분노 말고는 시간 허비하는 것에 힘들어한다. 담당 형사와 민 씨 부부는 묻고 답하기를 반복했고, 형사는 그것을 입력하고 출력해 장마다 지문을 찍게 했다. 마지막 유리판 지문 대조기에 확인지문을 찍기까지 민 씨 부부는 무려 네 시간을 보내야 했다.

 

3. ‘임차권등기명령신청임차보증금반환소송

 

건물주 석 씨는 대법원 기각결정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사를 가야 하는 민 씨에게 훔쳐 간 돌 두꺼비 갖다 놓기 전에는 보증금 받을 꿈도 꾸지 말라고 한다.

 

민 씨는 한 번도 고소 고발을 해보거나 당해보지 않았다. 증인으로 서보거나 심지어 방청석에 가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요즘 공부를 많이 한다. 변호사를 만나 임차권등기명령신청과 임차보증금반환소송에 대해 상담한 결과 칠백만 원을 요구하면서 먼저 삼백만 원을 주란다. 소송에 이겨도 비용 일부는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일부가 얼마일지 알 수 없는 일이다어차피 자료 챙기는 일은 민 씨 자신 몫이라 공부 삼아 직접 부딪히기로 했다.

 

계약만기 3개월에서 1개월 전에 갱신 의사가 없음을 통보하면 될 것이지만, 석 씨를 잘 알게 된 민 씨는 4개월 이전부터 계약기간만료통보(임차보증금반환청구) 내용증명우편물을 무려 네 차례나 보냈다. 보낸 우편물 사본에 배달증명까지 붙여 건물관할지방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 이를 받아들인 법원은 이틀 만에 결정을 하고 그 결정문을 민 씨와 석 씨 각각에게 보냈다. 민 씨는 사흘 만에 받았다.

 

석 씨는 이런 일을 수차례 저질러 봐서 하루라도 일찍 받아봐야 이로울 게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법원에서 우편물을 보내면 이를 전달하기 위해 집배원이 간다. 세 번을 갔는데 갈 때마다 폐문부재(閉門不在)’ 즉 문을 잠그고 없는 상태라 법원으로 되돌아간다. 부재가 아니라 고의로 수령을 거부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민 씨네 아래층에 뻔히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그러기를 두 차례, 즉 집배원 입장에서는 여섯 차례를 갔어도 전달을 못했다. 또 법원으로 되돌아간다

 

법원에서 처음 보낸 지 22일 만에 세 번째 결정문을 발송하고는, 석 씨가 받든 말든 송달간주로 등기국에 기입등기(등록) 촉탁서를 보냈다. 등기국에서는 받은 그날 등기부등본에 기입했다. 임차보증금 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사 가야 할 민 씨 집 세입자에게는 보증금을 챙겨 줘야했다. 민 씨의 경우 9.13부동산대책 발표 후 대출길이 꽉 막혔다. 친구들 도움과 은행 신용대출, 보험대출, 심지어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중간정산까지 해 돈을 긁어모았다. 민 씨는 전세보증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27일간 비어 있던 집으로 이사라도 갈 수 있다.

 

한편 민 씨는 건물관할지방법원에 임차보증금반환 소장(訴狀)을 제출했다. 끈질긴 법정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건번호가 매겨지자마자 준비서면을 냈다. 거기에는 다섯 개의 큰 제목과 스물두 개의 작은 제목이나 항목에 내용을 적고 열 종류의 참고서류를 붙였다.

 

피고 석 씨가 소장 부본을 받으면 분명히 이의(異議)를 제기할 것이다. 민 씨는 그걸 보고 응하는 것이 순서이겠지만, 석 씨가 주장할 내용이 뻔하기 때문이다. ‘돌 두꺼비 훔쳐갔다’, ‘포도나무를 독살했다’, ‘(18년이 된)보일러를 고장냈다’, ‘옥상 배수구를 틀어막아 물이 안 내려가게 했다

 

소장에 다음과 같은 판결을 구했다.

 

피고는 원고에게 돌려주지 않는 임차보증금에 대하여 계약만기 다음날부터 소장 부본을 받을 때까지는 연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 부담으로 한다, 위의 못 받은 보증금에 대하여 가집행 할 수 있다.”

 

4. 석 씨는 세입자를 상습적으로 괴롭혀

 

석 씨 집 건물등기부등본에는 임차권등기명령 두 차례, 세입자로부터 가압류결정 네 차례가 등재돼 있다. 그것만 봐도 세입자들이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을지 짐작이 간다. 또 거주 중인 세입자를 쫓아낸 경우다. 민 씨가 1년여 사는 동안 아래층 세입자가 세 번이나 바뀌기에 이를 이상히 여겨 석 씨에게 물어보았다. “신발장을 훔쳐 가서 쫓아냈다고 했다. 2층 세입자도 말다툼 끝에 쫓겨난 것으로 안다. 그들도 민 씨처럼 누명을 썼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까지 6년을 지하층에 살던 세입자 권용길 씨(가명)에게도 남은 돈 2백만 원을 주기는커녕 문짝이 어떻고 하며 5백만 원을 더 내놓으라고 해 소송 중이란다. 소송사례가 또 있다. 경기도 광명시 석 씨 소유의 또 다른 집 세입자 홍순택 씨(가명)에게 불을 냈다고 3백만 원을 요구하며 보증금을 주지 않아 소송 끝에 받아 냈다고 한다.

 

관계자는 담배도 안 피우는 사람더러 불을 냈다고 했다. 그 노인네는 소송 안 하면 절대 돈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석 씨한테 당해 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살던 사람 중 싸우지 않고 나간 사람이 없다. 할매가 젊은 여자들한테도 이년 저년 욕을 듣고 싸웠다.”

 

5. 겪었던 일을 울며 말하는 벽지가게 주인 신 씨

 

지난 주말 가까운 시장 어느 벽지가게에 들렸다. 보증금 못 받은 이야기를 하게 됐다. 50대 초반의 여성 신 씨는 20년도 더 지난 일로 울음을 터트린다. 사연인즉슨, 신혼 때 월세 집에 살다가 이사 가기 전날 집주인에게 돈 계산을 하자니까 이사 당일에 하자더란다. 이삿짐을 싣고 떠나야 할 시간에, 그간 현금으로 준 월세는 받은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더란다. 월세를 계좌이체 한 것은 근거가 있지만 현금으로 줄 때마다 영수증을 받아 두지 않은 신 씨는 기가 찰 노릇이다. 성격이 거친 남편에게 말했다가는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아 그러지도 못하고 혼자 울면서 친정어머니께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끝내 3백여만 원을 떼이고 말았단다. 얼마나 힘들고 억울했으면 20년도 더 지난 그때 일을 잊기는커녕 왈칵 눈물을 쏟으며 떠올릴까 싶다

 

6. 세입자가 참고할 점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서로 믿고 살아야겠지만, 석 씨와 같은 사람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 집을 계약하기 전 주인에 대해 그곳 거주자나 주변 사람들, 미장원, 이발소, 세탁소, 슈퍼마켓 등에서 알아보아야 한다. 또 주택의 경우 사용할 범위를 계약서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건물 상태를 꼼꼼히 살펴 요구할 것이 있으면 계약서에 쓰는 것이 좋다.

 

원상복구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미심쩍은 곳의 사진을 찍어 두어야 나중에 덤터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다툼이라도 훗날을 위해 녹음을 해두는 것도 좋다. 월세나 수도요금은 계좌이체하고, 현금으로 줄 때는 귀찮아도 영수증을 꼭 받아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에 살던 사람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게 좋다. 돌 두꺼비 절도범이 되어 감옥에 갔을지도 모르는 민 씨의 경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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