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코스미안의 역사를 써보리라

이태상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8.13 10:01 수정 2020.08.13 10:23

 

최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만년 꼴찌를 1% 명문대생으로 만든 기적의 독서법저자 니시오카 잇세이(24)는 한 인터뷰에서 "독서는 표지 읽기로 시작한다며 고교 시절 전교 꼴찌였던 자신이 "30년치 도쿄대 입시문제를 파보니 지식보다 지식활용, 최고 독서법은 읽은 책 요약하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도쿄대생들에게 공부법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능동적인 읽기를 말하더라"고 재수까지 하다 도쿄대 전국 모의시험 4등을 차지하며 도쿄대에 입학한 저자는 밝힌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내 과거 학창시절을 돌이켜보게 된다. 일정시대 국민학교 1학년 담임이시던 일본인 여선생님이 첫 수업 시간에 해주신 말씀을 나는 평생토록 잊지 않았다. 세 부류의 학생이 있는데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낙제생' 시키는 대로 하는 모범생' 그리고 시키기 전에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우등생'이고, 우등생이 되려면 예습과 복습을 꼭 하라고 하셨다.

 

이 말씀대로 수업이 있기 전날 예습을 하고, 당일 수업 시간에는 한눈팔지 않고 정신 차려 수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집에 가서는 만사 제쳐 놓고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다 보니, 시험 때 따로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할 필요조차 없었다.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서 영자신문 기자 생활을 잠시 하다가 미국 대학교재 전문 출판사 한국 대표 일을 본 후 1972년 영국으로 전근 발령을 받고 낯선 곳에 가서 미국에서 매년 출간되는 수천 권의 대학교재 서적 중에서 영국의 각 대학교재 채택과 도서관 구매를 위해 수많은 책 내용을 파악하고 영국 출판물과 비교 분석하다 보니 아무리 두꺼운 책도 그 책의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책들이 부풀려 뻥튀기해놓은 것 같아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었다.

 

삶의 지혜라는 것 중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런 처세술을 따르다 보면 자기 고유의 인격과 개성 및 정체성은 물론 자신의 존재 이유조차 상실하고 제 삶다운 삶이 실종되지 않던가.

 

한국인의 경우 그 대표적인 것이 사대주의라 할 수 있으리라. 역사적으로 보면 지정학상 절대적인 필요성에서 우리의 생존수단과 방식이 되어 왔겠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의 자존자립을 저해해 오지 않았나.

 

몇 년 전 (2015316일자 미주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페이지 칼럼에서) 전직 언론인 이광영 씨는 이렇게 일갈(一喝)한다.

 

"크고 힘센 나라를 섬기며 주체성 없이 그들에 기대어 존립을 유지하려는 생각이나 주장을 사대주의라 한다. 자신의 존엄을 부정하고 스스로 비하하거나 얕잡아 보며 자기 힘을 믿지 않고 남에게 의존하며 위협이나 압력에 쉽게 굴복한다. 자신의 정당한 권리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하며 제물로 바치는 자기부정, 자기 비하의 노예근성이라 하겠다. 이런 사람일수록 누가 뭐라고 하면 우르르 따라가는 유행에 휩쓸린다. 요즘의 한국사회가 이런 문화 사대주의에 찌들어 있다."

 

이를 한 마디로 내가 줄이자면 골빈당노릇 그만하고 골찬당이 되자는 말이리라. 이게 어디 한국인 뿐이랴.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사회에서도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보건 등 각 분야에서 골찬당을 찾아보기 힘들고, 민주주의가 아닌 우중주의(愚衆主義)가 판치고 있는 현실이다.

 

선거란 것도 이익집단의 정치헌금 기부금으로 치러지는 돈놀음이고, 경제란 것도 1%'있는 자'들을 위해 99%'없는 자'들을 제물로 삼는 '축제'다. '문화'란 것도 포르노 등 퇴폐적인 서커스고, '종교'란 것도 '()''천국'을 팔아먹는 사기 사업이다. '보건' 이란 것도 인명을 살상하는 총기와 독약 같은 술, 담배 그리고 백해무익한 '영양보조제'며 마약의 일종인 마리화나까지 기호용으로 합법화시켜 병 주고 약 주는 반인륜적 거대음모라 할 수 있지 않나. 지구 생태계를 파괴해 인류의 자멸을 재촉하는 공해산업은 거론할 것도 없이 말이다.

 

우리가 공중에 날리는 연()을 생각해보자. 바람을 탈 때가 아니고 거스를 때 가장 높이 오르지 않는가. 별들도 하늘이 깜깜할수록 더욱 빛나고 산 물고기는 떠내려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헤엄치며 생명 있는 식물은 굳은 땅을 뚫고 올라와 푸른 잎과 아름다운 꽃을 피워 맛있는 열매를 맺지 않는가.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결코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리라.

 

내일 모래면 8·15 광복 75주년을 맞게 되는데 얼마 전 교육부가 '이달의 스승' 12명 가운데 8명에 대해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되면서 모일간지에 "교육부가 제정신인가"란 사설까지 등장했었다.

 

우리 냉정히 생각 좀 해보자. 한반도의 지정학상 역사적으로 우리는 항상 생존수단으로 친 강대국을 강요당해 왔다. 친중이든 친러든 친일이든 친미든 따질 것도 없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것이 약소민족의 비애가 아니던가. 그렇지 않았더라면 벌써 씨가 거의 다 말라버렸을 것이다. 반항하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인디언들 같이 말이다.

 

그나마 아프리카 대륙의 흑인들은 반항하지 않고 노예로 순종, 복종하다 보니 그 후예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까지 되었으며 올해 미국 대선 민주당 조 바이든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카말라 해리스 초선 상원의원이 선택되지 않았는가.

 

트루먼 전기를 읽어보니 2차대전 당시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로 결정을 하기까지 아주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원폭 투하 결정을 하게 된 것이 그에게 올라온 전략보고서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절대로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러니 미군이 일본에 상륙해 일본 국민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전멸시키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자면 미군의 인명 피해도 수십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8·15 광복 직후로 돌아가 보자.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념논쟁에 휩쓸려 좌익이다 우익이다 하면서 서로 죽이고 죽다가 6.25 동족상잔까지 겪고도 아직까지 친미다 친중이다 친러다 하면서 편을 갈라 '원수'로 대치하고 있지 않는가.

 

굳이 친할 친() 어버이 친() ()를 꼭 써야 한다면 친일파(親日派 )만 쓸 게 아니라 친월파(親月派) 친성파(親星派) 친우파(親宇派)도 즐겨 쓰는 친인파(親人派) 친지파(親地派) 친천파(親天派)가 되어볼거나. 이것이 현재 전 세계 온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홍수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우주 만물의 상생과 공존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리라.

 

물론 김일성의 '주체사상'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내용이 없는 그 껍데기 이름뿐이겠지만 그 단어 하나 만큼은 탓할 데 없는, 남한 북한, 인종과 국적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 우주 나그네 우주인 코스미안으로서 우리가 깨달아 가져야 할 우리 줏대, 우리 모두의 진정한 자의식과 주체성을 상징하는 진주같이 빛나고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단어임에 틀림없어라.

 

자고로 '()’라 하는 것은 도가 아니고 진리라 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하듯이 우리의 어떤 생각이나 사랑도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부는 바람처럼 새장 같은 틀에 가둘 수 없으며 길 없는 길이 길이라면 각자 자신의 숨을 쉬듯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하리라. 그러니 우린 국가와 민족, 인종과 성별, 종교와 이념, 직업과 계층, 또는 학벌이나 지방색, 심지어는 가족이라는 인연의 사슬까지도 끊어버리고 말이어라.

 

, 그래서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는 모든 사람에게 천만 가지 경전을 다 가르쳐 주고 천만 가지 선()을 다 장려하는 것이 급한 일이 아니라, 먼저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응보의 진리를 믿고 깨닫게 하여 주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했으리라.

 

생멸 없는 진리인과응보의 진리를 내가 한 마디로 풀이해보자면 우리는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너를 위하면 곧 나를 위하는 게 되고, 내가 너를 다치게 하면 곧 내가 다친다는 진실 말이다.

 

호기심에 가득 찬 아이들은 말끝마다 ?”라고 묻는다. “네가 좋아야 나도 좋으니까이것이 정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라고 묻고, 전쟁과 파괴의 카오스를 초래하는 대신 사랑과 평화의 코스모스를 창조해가면서 밝고 아름다운 우리 코스미안의 역사를 써보리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전) 코리아타임즈 기자

전) 코리아헤럴드 기자

현)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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