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휘 기자 칼럼] 농교육을 생각하고 말하다

(4) 청각장애 학생의 의미론적 언어발달 특성은 무엇일까요

김건휘 기자

 

영아는 일반적으로 태어난 지 12개월 전후로 첫 단어를 말하게 된다. 특히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말하게 되면 부모들은 그 어떤 것보다도 기쁠 것이다. 그렇다면 농학생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들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시간에 다루었던 음운론적 언어발달 특성에 이어, 청각장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론적 언어발달 특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2개월 전후로 첫 단어를 말하게 되면 점점 사용하게 되는 단어의 개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며 발달단계에 따라서 단어와 단어를 조합하여 하나의 완전한 문장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청각장애 아동은 구어를 활용하지 못하고, 몸짓, 즉 제스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몸짓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자.

 

몸짓은 건청아동의 경우 발달상 사용되는 하나의 수단이며, 이는 지시적 몸짓과 표상적 몸짓으로 구분된다. 먼저 지시적 몸짓은 대부분 9개월 전후에 나타나며 손을 뻗는다거나 가리키기, 보여주기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지시적 몸짓은 유아들이 어휘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습득하기 전에 초기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표상적 몸짓은 첫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는 시기를 전후로 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상징적 의미가 담겨져 있는 몸짓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화하기 등의 몸짓으로서 유아는 초기 단계에서 몸짓과 단어를 함께 조합하여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청각장애를 가진 아동은 제스처, 즉 몸짓으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시기가 오래 지속되며, 그 사용하는 빈도도 높은 경우가 많다. 청각장애 아동의 초기 어휘발달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성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건청 아동과 발달패턴은 동일하지만, 어휘발달 속도는 지체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첫 어휘를 배우고 습득하는 시기가 늦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어휘를 받아들이고 습득하는 속도도 느리다. 그럼에도 명사를 중심으로 어휘가 발달하고, 동사와 형용사, 문법형태소가 차례대로 나타나는 어휘발달 양상은 건청 아동과 동일하다.

 

둘째, 어휘력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건청아동에 비해 어휘력이 낮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경험이 늘어날수록 어휘력도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다만 일상생활과 관련이 적고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 어휘의 경우 습득하기 힘들다.

 

셋째, 여러 의미를 가진 단어, 즉 다의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 학생에게 이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청각장애 학생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인지, 아니면 신체기관의 일부이며 시각을 담당하는 눈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단어보다 추상적인 어휘를 익히고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 여기서 구체적인 단어란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보편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를 말한다. 즉 주관적인 가치가 개입될 여지가 없는 단어를 의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끼”, “”, “학교”, “선생님등의 단어가 해당되며, 추상적 단어란 주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개인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단어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 “원인”, “정체성”, “복지등의 단어 등이 포함된다.

 

앞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의 의미론적 언어발달 특성을 살펴보았다. 여러 가지 중에서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단어를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학교에서 학습하는 보조 교재를 살펴보면 단어 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한 내용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적장애 등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본교육과정 교과과정이 개발되고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음에도 농학생을 포함한 청각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의 개발은 현재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추상적인 단어를 구체적인 단어로 풀어 충분히 설명한다면 청각장애 학생들의 어휘력 향상에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청각장애 학생들이 인지 기능에 어려움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청각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정의 개발이 현재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농교육은 다른 장애 영역교육보다도 당사자의 특성을 온전하게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좀 더 농교육권이 향상되길 기대해본다.


김건휘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09.24 10:31 수정 2020.09.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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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