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태풍으로 아파트 외장재 힘없이 떨어져 나가

이경수

 

 

부산광역시에 있는 00아파트에 부착된 회색 띠 모양의 외장재 곳곳이 떨어져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750 세대인 이 아파트는 지난 2008년 말 ()00중공업에서 시공했다. 당시 이 회사는 겉모양을 내기 위해 아파트 외벽을 빙 돌아가며 값이 저렴한 스티로폼 외장재를 붙여 놓았다. 각 동 4, 13, 15층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그 위에 회색 스톤코트 공법으로 마감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8,9월 태풍 '마이삭''하이선' 위력에 100군데 이상 떨어져 나가 먼 곳에서도 흉측한 모습이 한눈에 띨 정도로 흉측해 보였다. 이렇다 보니 고작 10년밖에 안 된 아파트임에도 주변 단지보다 훨씬 더 낡은 모습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뛰어노는 농구장 골대 뒤쪽 4m 벽면 위를 보고 있노라면 황당함 그 자체다. 이곳 역시 농구공에 자주 두들겨 맞아 곳곳에서 허연 속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문 근처 담장 위에도 똑같은 공법으로 시공해 놓았으나 이미 수년 전에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지금은 모두 철거해 버렸다.

 

그런데 이 스톤코트 공법은 멀리서 본 일반인 눈엔 보통의 콘크리트처럼 보인다는 거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들어와 살게 된 입주민들은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이것이 튼튼한 콘크리트가 아닌 두꺼운 스티로폼으로 시공되었단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것으로 인해 이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입주민들도 이구동성으로 당시 부실 시공한 건설 회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건설회사가 겉으로 보이는 모양만 그럴듯하게 해 놨기 때문에 몇 년 동안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건설회사는 선 분양으로 엄청난 이익을 남겼으면서도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해준 고객에겐 오히려 부실시공을 남기고 떠났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 수명은 최소 50년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겨우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 외장재가 입주민들 머리 위로 '휙휙' 날아다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막대한 수선비용과 아파트 브랜드 가치 하락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건설회사가 이런 얄팍한 속임수를 쓰지 못하도록 무상 A/S 기한을(10년으로) 더 강화하고 집중단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건설회사는 분양 계약서에 시설 품목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를 하고 아파트 수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즉시 하자 보수 의무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잦은 교체가 필요한 전등을 빼곤 아파트에 시공된 각종 시설물은 건물 수명과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칼럼=이경수]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09.25 10:32 수정 2020.09.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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