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고향으로

이태상

 

올해 추석 명절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코스미안뉴스 독자들과 함께 향수(鄕愁)를 좀 달래보리라. 앞서 깨달은 선각자(先覺者) 코스미안 카릴 지브란의 예언자(The Prophet, 1923) 속편(續篇/續編)이라 할 수 있는 예언자의 뜰(The Garden of the Prophet, 1933) 일부를 깊이 음미하면서.

 

 

돌아오다 (고향으로)

 

한 시대를 밝게 비춰 줄

한낮의 태양처럼 떠오른

알무스타파 바닷물결 타고

가을철의 첫 달인 9

제 고향 섬으로 돌아왔다.

 

배가 섬에 가까이 가자

마침내 고향에 돌아오는

벅찬 감격으로 숨찼다.

바닷물에 젖은 목소리로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보게 우리 태어난 섬을.

하나의 수수께끼 노래

한데 모아 놓은 곳을.

숨 쉬듯 부를 우리 노래

수수께끼 땅덩어리로.

 

그렇다면 하늘과 땅 사이

뛰고 나는 우리들의 가슴

향불처럼 불사르지 않고

그 어찌 이 노래 부르리.

그 어찌 이 수수께끼를

우리 풀어볼 수 있을까.

 

삶의 바닷길 가는 우리

참으로 자유롭고 싶다면

우리도 안개로 변해야지.

마치 저 하늘의 별 구름

아무 형체도 없이 떠돌다

해와 달과 별이 되듯이

우리도 태초의 안개 되어

우주 만물의 맨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지.

 

깨어지고 부서지며 또한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면

어찌 하나의 물방울인들

하늘로 오를 수 있을까.

 

파도처럼 우리 노래하고

파도처럼 바닷가 찾지만

우리 노래를 들어줄 사람

그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부서지는 파도면 어쩌나.

그러나 이런 노래야말로

혼과 넋 불어 넣어 주고

삶 빚어주는 것 아닐까.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자유로움과 안개에 대해

내가 이제 말하지 않았나.

이때 한 선원이 말하기를

보십시오. 저 둑에 모여든

선생님 마중 나온 무리를.

말없이 무리를 바라보며

알무스타파 눈을 감는다.

 

내가 무엇을 갖고 왔나.

먼 곳으로 사냥 갔다가

세월이란 화살만 모두

다 쓰고 그 아무 것도

잡아 오지 못하였으니.

그러나 내가 쏜 화살들

쫓아가 보지 않았으니

그 화살들 어디 갔는지

나 비록 알 수 없어도

하늘 무지개 세웠으리.

 

눈을 뜨고 그의 주위로

둘러서 있는 선원들에게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스승이 되기에 나는 아직

너무도 많이 모자란다네.

이슬같은 슬기 얻으려면

한 포기 풀잎이나 또는

한 줌 흙에서 찾아보게.

 

배가 드디어 둑에 닿자

그립던 고향 땅을 밟고

고향 사람들 만나 보며

알무스타파 가슴속으로

자신에게 물어 말한다.

내가 노래하겠다 했나.

난 다만 삶의 피리되어

그 피리 내는 소리 되리.

 

이때 그의 옛 어릴 적

소꼽동무 카리마 그를

반겨 맞이하며 말하길

열두 해 동안이나 그대는

우리로부터 떨어졌었고

우리 그대 그리워했죠.

이렇게 말하는 카리마를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며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열두 해라 했나요. 카리마

나는 내 그리움의 길이를

별들이 돌아가는 세월로

가늠하고 재지 않았어요.

 

사랑이 향수에 젖게 되면

시간의 눈금이 다 녹아서

자로 쓸 수 없게 되지요.

영겁을 두고 떨어져 있는

연인들 사이를 맺어주는

영원한 순간이 있나 하면

그리워하는 생각 다함이

이별이란 망각 아닌가요.

우리는 헤어진 적 없지요.

 

무리 가운데 한 사람이

슬픔에 대해 물어 보자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아름다움 나타나 보이기

그 이전부터 아름다웠고

진리는 드러나 밝혀지기

그 이전부터 진리였듯이

생명은 모든 생물들보다

더 오래되고 영원하리.

우리는 아무 소리 없이

잠잠히 있다 할때에도

숨 쉬듯 언제나 노래하고

우리는 잠을 잘때에도

쉬지 않고 꿈을 꾸지요.

우리는 넘어질 때에도

늘 높이 우뚝 서 있고

눈물을 흘릴 때에라도

기쁘게 환히 웃음 짓고

우리 몸 종 노릇 해도

마음만은 저유롭지오.

 

때때로 삶을 저주하지만

이는 우리 스스로 삶의

얼굴 찌푸리는 것이리오.

덧없고 부질없다 하지만

삶은 끝없이 뻗어있지요.

깊고 높고 멀리 있어도

삶은 우리 가까이 있고

우리 그림자의 그림자도

삶의 얼굴에 다 비치며

우리 숨소리 메아리조차

봄 여름 가을 겨울 되어

생명의 노래로 변하지요.

 

우리 눈물과 웃음까지도

삶의 숨소리 바람소리로

다 삶이 속삭이는 소리.

삶의 노래는 그 아무나

귀머거리 벙어리도 듣고

함께 즐겨 따라 부르며

눈이 먼 장님이라 해도

알아보고 삶을 반기지요.

 

   

[이태상]

서울대학교학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09.25 11:44 수정 2020.09.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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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