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프로젝트] 여행

박영대


글을 쓰다보면 가끔씩 예전에 썼던 글과 주제나 내용이 비슷하게 겹쳐지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껏 썼던 많은 글 중 여행을 제외하고 똑같은 제목으로 썼던 글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을 포함하여 벌써 3번째, 여행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다. 조금 더 세련되고 멋들어진 단어를 고민하여 내걸어도 될 것인데 굳이 계속하여 여행이라는 제목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나를 표현함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는 내 스스로의 생각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지금의 나를 설명함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가장 큰 부분이 되었다. 여행의 시간 속에서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었으며, 그로인해 지금껏 수많은 책을 읽고, 기억할 수 없을 만큼의 글을 썼다. 지금의 나는 여행이 만들어 낸 피조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이전까지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썼던, 행복의 미소가 번지는 과거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 밤마다 가득한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만드는 미래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만큼이나 과거 홀로 전국을 떠돌며 사색의 즐거움에 빠진 시간들 또한 내 삶의 큰 기쁨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사실 혼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이 내게도 그리 익숙한 일은 아니었으며, 지금도 가끔씩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만의 여행을 위해선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낯선 곳에서 나와 다른 삶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야 하며, 혼자 남겨진 시간에 찾아오는 공허함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피해보려 수첩에 빼곡히 여행 계획을 세우고 바쁘게 움직여 봐도 소용없는 일이다. 아무리 바쁜 일정을 계획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반나절이 지나면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혼자 떠나는 여행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이후엔 감당 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 TV를 보며 술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한 두 번이다.


어느 순간 용기 내어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운이 좋으면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들로 밤을 지새울 수도 있다. 나이도, 성별도, 생김새도 상관없다. 그저 서로의 삶에 빠져들어 새로운 세상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누린다. 헤어질 때는 연락처도 받지 않는다. 그저 또 다른 어디에선가 다시 만나길 기대 할 뿐이다.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운이 없어 혼자 남겨져도 괜찮다. 공허함의 경계선을 넘어서면 사색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상상의 시간 속에서 꿈을 찾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소중한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내서는 위험하다. 혼자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와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 경계선을 통과하는 문은 책이라는 열쇠를 통해서만 열 수 있다. 나만의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아집에 빠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 독서는 이를 예방해 준다. 유연한 사고는 독서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조언을 깊이 새겨야 하는 이유다.

혼자만의 여행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용기 내 볼 것을 권한다. 내 안에서 밖으로 나설 날만을 기다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지난한 삶 속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

! 어디든 좋으니 다들 책 한권씩 준비하여 떠나 보자. 반가운 인사를 나눌 누군가를 기대하면서.  [칼럼=박영대]


이해산 기자

 


이해산 기자
작성 2020.09.26 10:43 수정 2020.09.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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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