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선물 생각

신연강



선물을 받는 것은 설레는 일.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물증이기 때문이다. 선물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한 일. 나아가 선물의 긍정적 기능에 주목한다면, 선물은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분 좋은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오가는 크고 작은 선물들이 분위기를 돋운다. 주고받는 선물이 사람간의 정과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때다. 그런데 선물이 담고 있는 기본적인 가치를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물에는 기본적으로 따뜻함이 담겨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따뜻함이 주고받는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주변을 덥힐 수 있는 온기를 내뿜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이 받고 싶어 하는 공적인 선물인 경우에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기본적 가치가 전제되지 않는 선물이라면 오래지 않아 외면 받게 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선물은 공여자의 마음을 담고 있다. 공여자가 밝고 열린, 사심 없는 마음으로 선물을 건넬 때에 선물은 빛나기 마련이다. 얼마 전 경험한 일이다. 선물을 세심히 골라 포장해서 모처에 보낸 적이 있다. 며칠 뒤 포장이 훼손된 상태로 전달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타깝지만 벌어진 일을 어쩌겠는가. 내겐 선물의 가치를 알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받아서 흡족할 선물,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분업화, 세분화된 현대 사회에서 옛날처럼 손수 선물을 만들고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히려 잘못하면 선물이 퇴색하거나 선의를 망칠수도 있다. 물건의 크고 작음을 떠나 선물을 직접 만들고 고른다면 얼마나 고되겠는가.

 

그러니, 얼마간의 재정적 여유와 열린 마음이 있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선택과 포장을 의뢰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존중하고, 정해진 목적지로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선물의 가치를 참되고 빛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럼으로써 선물을 주는 사람, 받는 사람, 그리고 주변 사람이 함께 축하하며 즐기면 좋지 않겠는가.

 

다시 또 추석을 맞으며 선물을 떠올린다. 아직도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지만, 이제는 많이 건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면서는 말은 적게 하고, 마음과 지갑은 열라는 말이 유행한지 오래다. 하지만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따뜻한 마음을 열고, 마음에 선을 긋지 않고 나누어주는 일이다.

 

서양속담에 오늘이 선물(Today is Present)’이라 했으니, 내 자신에게는 건강하고 활기찬 오늘을 선물로 주고, 가을을 맞아 마음과 정신을 모아 글쓰기를 하는 문우(文友)들에게는 희망즐김이라는 선물을 건네고 싶다.

 

그 어딘가에, 오늘이 아니더라도 즐김을 통한 수확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부족한 오늘이라면, 더 열심히 지친 시간을 보듬으며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글을 쓰며,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외쳐가라고! 어딘가에 당신을 눈여겨보며, 당신의 글을 훔쳐보며,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을 독자를 생각하면서……. 나 또한.

 

 

 


[신연강]

인문학작가

문학박사

전명희 기자
작성 2020.09.30 09:40 수정 2020.09.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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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