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자동차 한 대 때문에 입주민은 괴롭다

이경수

 

우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장애인 주차 구역에 세워진 자동차 때문에 입주민은 괴롭다. 이 운전자는 장애인 주차구역 중간에 남들처럼 반듯하게 자동차를 세워 두지 않고 거의 대부분이 스토퍼 한쪽 끝부분에 뒷바퀴가 닿도록 주차해 놓는다. 그곳 바로 옆 공간은 입주민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용 출입구다. 예전엔 이곳에서 입주민들이 아무런 부담 없이 차를 대놓고 짐을 싣거나 내리곤 했었다.

 

하지만 이 운전자가 자동차를 대고 난 이후부터는 공간이 비좁아져서 공용복도 안으로 차가 들어가질 못해 입주민들은 거의 이용 못 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차량 통행이 빈번한 바로 앞 중앙 통로에 차를 세워 놓고 짐을 싣고 내리며 늦게 나오는 가족을 기다릴 때가 많다. 본의 아니게 많은 불편을 겪고 있음에도 입주민 누구도 관리사무실에 민원을 넣거나 이 운전자를 나무라지도 않는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주차구역 안에 자동차를 세워 두었으니 누구라도 딱히 할 말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궁금해지는 것까진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보다. 어떤 사람이기에 한두 달도 아닌 몇 년씩이나 이토록 차를 비정상적으로 세워 둘까 싶어서다.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더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출퇴근 동선이 서로 겹치질 않아서인지 문제의 운전자 모습을 직접 보기란 쉽질 않았다.

 

결국 나 스스로 거동이 몹시 불편한 장애인일 것이란 판단을 내리곤 다음부터 이 자동차를 보더라도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 스티커가 붙여진 문제의 자동차 운전자를 직접 볼 기회는 있었다. 한 번은 자동차 안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흐릿한 모습과 또 다른 날 그가 자동차에 올라타는 뒷모습을 봤다. 그는 나이가 연로한 어르신도 아니었고, 어딘가 몸이 크게 불편해 보이는 장애인도 아닌 그저 평범한 3~40대 여성이었다.

 

그날 주차선 안에 자동차가 세워져 있긴 했지만, 여전히 한쪽으로 심하게 쏠려 있는 차문을 닫고 들어가는 그녀를 보며 속에선 화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이웃과 불화를 만들고 싶지 않단 생각에 하고 싶었던 말을 꾹 눌러 참았다. 다른 한편으론 저렇게 멀쩡한 사람이 자동차를 왜 이런 식으로 세워 둘 는 의문이 들었다.

 

그동안 차량에 부착된 전화번호로 여러 사람이 불편하니 "자동차를 좀 똑바로 세워 놓으시오."라고 항의할까 싶다가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니 건강한 내가 더 참아야지 하면서 그냥 넘어갔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반인 주차구역보다 장애인 주차 구역은 훨씬 더 넓게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그녀가 지금처럼 굳이 이상스럽게 자동차를 세워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주차 습관을 못 고치는 이유가 뭘까.

 

혹시, 사리 분별조차 잘못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그런 사람에게 해당 기관에서 운전면허를 발급해 줬을 리가 없다. 그게 아니면 문 콕을 줄이기 위한 욕심일 수는 있다. 자신의 차를 보호하려는 이기심 때문에 수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주차 구역 중간에 자동차를 세워 두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 운전자는 그동안 90% 이상을 공용 출입구 쪽으로 차를 바짝 붙여 놓았다.

 

하도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뒷바퀴가 자주 닿았던 두 개의 스토퍼 끝에 끼워둔 노란 커버는 진작 떨어져 나갔을 뿐만 아니라 심하게 찌그러지기까지 했다. 지나간 그의 행동을 보면 마치 공용 출입구를 독점하려는 생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이곳 공용 복도를 이용하는 주민은 모두 60세대다. 많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적은 숫자도 아니다. 60세 대면 어지간한 농촌의 한 마을과 같다.

 

이러한 공용 출입구를 어느 한 사람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선 안 될 일이다. 장애인 주차 구역을 일반 구역보다 더 넓게 만들어 놓은 것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승하차와 주차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를 아무렇게나 세워 놔도 괜찮다고 보진 않는다. 장애인 주차 스티커를 게시한 자동차라고 해도 중증 장애인을 동석하지 않은 건강한 운전자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 자동차를 세울 수 없도록 최근 법이 강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인들이 장애인 주차 구역이 비어 있더라도 자동차를 세우지 않는 것은 법이 무서워서가 아닌 배려심 때문이다. 나쁜 주차 습관을 당연한 권리로 착각하고 있는 이 운전자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주민의 입장에선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칼럼=이경수]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0.28 10:42 수정 2020.10.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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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