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최준영

Q) 사람들이 왜 저자를 거지교수라고 하나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친하니까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노숙인이나 재소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 지내다 보니 이런 별명을 얻었습니다. 노숙인들에게 강의를 하게 된 것은 나의 성장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어렵고 힘든 시절을 지내 왔습니다. 신발공장, 대중목욕탕, 건설현장 등을 전전하며 밤엔 야학에서 공부해 검정고시에 합격했죠. 외국어대 중국어과에 입학했지만 학생운동과 야학교사 일에 빠져 졸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학 졸업장이 삶의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보니까요. 바보는 쉬운 일 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사람 같아요. 이런 일들을 하면서 고통을 느낄 때가 사실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더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도 더 많이 듭니다. 그분들에게 강의하고 있으면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함께 왁자지껄 웃고 가슴 뭉클해집니다. 저는 알량한 지식을 나누지만, 그분들은 저에게 삶을 가르쳐줘요. 그래서 거지교수라고 부르는 것도 노숙인들이 저를 친구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걸 가르치나요?

노숙인 인문학은 사람의 변화에 대한 신념을 길러주는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변화의 신념도 함께요. 인간의 참다운 행복에 대해 같이 생각하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겠죠. 사실 우리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공부라고 봅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서 노숙인들의 인문학 사랑은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랑의 씨앗은 사회와 격리된 재소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소외된 차상위계층에게도 옮겨갔고 문화센터의 일반인, 직장인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퍼져나갔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돼 시민 인문학이란 새로운 문화흐름까지 낳았습니다. 노숙인 인문학은 그래서 감히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기적을 만듭니다. 기적은 방치돼 있던 삶을 다시 찾아내는 위대한 발견입니다. 우리 사회의 어둡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인문학의 기적은 바로 사랑입니다. 세상 살면서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인문학의 의미입니다 빵 한 조각 보다 삶의 존엄을 일깨워 주는 인문학 강의야말로 사랑의 실천이죠.

 

Q)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이 통하나요? 차라리 밥을 한끼 주는게 낫지 않나요?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밥이나 집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회복이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당장의 밥과 잠자리는 한 끼, 하룻밤을 해결합니다. 그런데 노숙인 인문학은 밥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더 괴롭히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니까요. 20, 30년 만에 볼펜을 다시 쥐고 지나온 과거를 정리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바라보게 합니다. 시와 소설을 읽으면서 미움과 분노와 그리움의 묵은 감정을 토하게 만들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도 거들떠보지 않던 자신을 쳐다보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밥 한끼나 술을 사주는 것보다 책 한권 선물하는 것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깨달았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는 사람만이 미래도 생각하게 되잖아요. 비로소 그들에게도 미래라는 것이 생기는 겁니다. 무기력과 술에 절어있던 이들에게 미래가 생긴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죠. 인문학의 시작이 성찰이라면 강의의 반쯤은 성공을 거두는 셈입니다. 그래서 빵보다 인문학이 사람을 살리는 길이죠.

 

Q)"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라는 책 제목은 무슨 뜻인가요?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는 사회의 어둡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기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6년 넘게 노숙인, 여성가장, 교도소 수형인등을 어루만지며 성찰한 실천의 기록을 엮어 만든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는 가장 낮은 곳의 가장 아름다운 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대학 성프란시스대학에서부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까지 인문학강의를 통해 지식 나눔을 넘어 삶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내용입니다. 인문학이 밥 먹여 주냐고 비아냥거림도 받았지만 지금 곳곳에서 그 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담장에 갇혀 있던 인문학이 담장을 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기 시작하자 그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고 일자리를 찾는가 하면 어느 노숙인은 노숙을 청산하고 오히려 노숙인을 돕는 일에 앞장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책 한줄 읽지 않던 이들이 책을 옆에 끼고 살고 있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건 노숙인들 뿐만 아니라 저 자신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고백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서문강 기자
작성 2018.10.13 07:14 수정 2018.10.1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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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