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칼럼] 뱅크시의 행위예술 (Banksy's Performance Art)

귀족화되고 상업화됐으며 조직화된 모든 종교와 문학이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는 말장난이나 글장난이라면 미술은 그림장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글과 그림이 우리들 삶이나 자연과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터무니없이 다른 예가 많은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세상의 모순과 가식의 가면을 벗기는 기상천외의 광대놀이로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그 원조가 안데르센 동화 '황제의 새 옷'에 등장할 법한 모든 어린이들일 테고, 속물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소수의 '악동 어른들' 또한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최근의 그 한 예가 익명의 낙서화가 뱅크시(Banksy)라고 할 수 있으리라. 10월 5일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그의 2006년 작품 '풍선을 든 소녀 (Girl With a Balloon)'가 140만 달러에 팔렸다.  추정가의 5배였고 낙찰자는 전화로 참여했다.

경매인이 낙찰봉을 내려치는 순간 액자에 들어있던 그림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오다 그 절반이 파손되면서 찢어졌다.  그 직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뱅크시는 그것이 자신의 소행임을 밝혔다.  이 작품이 언젠가 경매에 부쳐질 것에 대비해 12년 전 액자 속에 파쇄기를 설치했었다며 피카소의 말까지 인용했다.

"파괴하려는 충동이 창조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

이 사건 일주일 후인 12일 소더비는 이 작품을 낙찰 받은 여성 고객이 구매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 여성은 처음엔 충격을 받았지만 이 작품이 미술사에 하나의 큰 획을 긋게 될 것이란 생각으로 구매를 확정했다고 한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소더비는 뱅크시가 그의 작품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그가 경매장에서 새롭게 창조한, '경매장에서 탄생한 최초의 예술작품'이라고 아전인수 식으로 주장했다.

우리 모두는 무궁무진한 우주 속의 코스모스 해변에 있는 한 점 모래 알 같은 지구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노는 소꿉놀이 아이들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놀든 하나같이 '인생예술가'로서 각자의 삶과 사랑이 최고의  예술 작품이 아니겠는가.

이태상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0.20 10:23 수정 2018.10.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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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