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기념 인터뷰…"남은 임기도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주력"
학교폭력, 처벌보다 관계 회복 최우선…'회복적 학교' 정착 힘쓸 것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무상급식 등 교육 복지 예산 우선 편성
울산=[경찰신문] =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올해 주요 교육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울산시교육청 제공)
울산=[경찰신문 김재구 기자] = "올해 울산의 모든 초등학교에 혁신자치부장을 신설했습니다. 이는 학교 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하는 중심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학생회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평화로운 공동체'로 학교가 변화할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달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천창수 울산교육감은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 만들기'를 울산 교육 최우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난 2년은 지속 가능한 미래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는 천 교육감은 "남은 임기 동안 교육의 기본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평화롭고 따뜻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데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천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지난 2년간 울산 교육 수장으로서 소회는.
"취임한 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시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했지만,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교육 현안도 많았다.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선생님들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작년 현장 체험 학습 중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에 대해 인솔교사가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언제나 소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교사의 입장에서 때로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위해 노력을 했다."
-성과도 많았는데.
"그동안 학습안전망을 강화하고자 기초학력 보장과 관계 회복 중심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초학력 사업을 '울산기초학력지원센터'로 일원화하고, 1수업 2교사제, 채움교사제를 확대해서 지원을 강화했다. 더불어 울산만의 미래형 교육 모형 구축을 위해 전국 최초로 교육청 산하 지역 교육과정 전문 연구기관인 '울산교육과정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전국 최초의 직업교육 거점인 '울산직업교육복합센터'를 개관한 것과 선생님들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청 밖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교육활동보호센터' 확대 이전한 것도 보람있는 일이었다. 이 밖에 학업중단율 10년 연속 최저 기록,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지원으로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했고,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에 선정된 것도 가시적 성과라고 하겠다."
울산=[경찰신문 김재구 기자] = 학생 자치회와 소통하는 천창수 울산교육감 (사진=울산시교육청 제공)
-올해 혁신자치부장을 신설했다. 어떤 역할과 기대를 하나.
"올해 새롭게 운영할 혁신자치부장은 학교 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하는 중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들은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으로 교실 수업 변화를 주도하고, 학교업무 재구조화로 교사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며, 학생자치활동 과 다모임 활성화 등 학교 여건에 맞춰 학교 문화를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전국적으로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관리자, 교사와 학생 사이에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나, 혁신자치부장은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고 학교 구성원의 자치 역량을 강화해 모두가 평화로운 학교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 문제를 이야기할 때 항상 뒤따르는 것이 예산문제다. 교육청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지난 2년간 연속된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세입 여건이 불안정해지면서 교육재정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으로 경상지출이 증가했고, 고교학점제, 늘봄학교 확대, 디지털 교육기반 구축 등 새로운 국가 정책 사업 수요로 많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시급하지 않은 사업은 미루고, 일반 사업비를 15% 일괄 삭감하는 등 지출 재구조화도 시행했다. 최근에는 고교 무상교육 국고지원 법안이 거부권 행사를 거쳐 국회에서 최종 부결되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되던 재원을 모두 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에 교육재정이 안정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울산교육청이 추진하는 무상교육에 차질은 없는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무상급식비를 비롯한 교육복지 예산과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교수학습 지원 예산은 우선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애초에 정부가 고지한 예정교부액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부율을 보정하는 '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고,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자세 전환도 필요하다."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현장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대책은?
"학교안전법 개정으로 현장학습 중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리자와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명확한 면책 적용 기준과 보조 인력 책임 면제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추가적인 학교안전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울산시교육청은 3월 새 학기부터 교육비특별회계 예비비를 활용해 학교 현장에서 요청하는 현장체험학습 안전보조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초중고 총 69개 학교에 수학여행, 수련활동, 1일형 체험학습에 필요한 안전보조 인력을 지원했으며, 학생 안전 지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추가 예산은 추경에 편성해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 중 보조인력 예산을 지원하는 곳은 우리 교육청이 유일하다."
울산=[경찰신문 김재구 기자] = 교사들과 만나 소통하고 있는 천창수 울산교육감(사진=울산시교육청 제공)
-학교의 변화를 강조한다.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나?
"교실 변화를 더욱 힘 있고 역동적으로 이끌려면 무엇보다 교사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나눔 활동을 하는 '다배움교사'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서 프로젝트 수업, 거꾸로 수업, 자기 수업 비평 등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인 '수업마실'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5~6학년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배움의 숲' 수업 캠프를 운영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 질문하며 즐겁게 수업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씨앗교사'를 도입했는데, 공개 수업과 나눔 활동, 동료 교사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학교 내 수업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수업 환경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남은 1년, 임기 내 꼭 마무리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평화롭고 따뜻한 학교' 조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단순히 폭력이 없는 학교를 넘어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실수를 하더라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야말로 진정한 '안전한 학교'라고 믿는다. 학교폭력 문제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모든 학생이 교육과정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복적 학교' 정착에 힘쓸 것이다. 이를 위해 화해분쟁조정지원단을 운영하고, 학생·교사·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모든 학교에 도입·확대할 생각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이 '학교폭력' 해결에 근본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도 있는데.
"회복적 생활교육으로의 접근은 피해자 보호는 물론 가해 학생의 반성과 변화를 이끄는 데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운영한 학교에서는 예방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울산은 전국 평균 상승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회복적 생활교육과 갈등 조정 지원 기능을 통합한 '교육공동체 회복지원단'을 운영하고, 20개 학교에서 '회복적 학교'를 시범 운영해 향후 3년간 회복적 교육 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어떤 교육감으로 기억되고 싶나.
"교육감의 가장 큰 책무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협력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친구 같은 교육감으로, 학부모님과 교직원들에게는 평화롭고 따뜻한 울산교육의 문화를 만드는데 작은 주춧돌 하나를 놓은 교육감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울산=[경찰신문 김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