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역사를 써 내려온 이래, 전쟁은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민족, 종교, 이념,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파괴된 삶의 자리에 증오와 상처를 남겼다. 국경은 그 갈등의 실질적 경계였고, 때로는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계가 정말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고 있는가?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우리는 전쟁 없는 세상, 국경 없는 공동체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성찰할 때다. 과학과 기술은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고, 기후 위기나 팬데믹 같은 전 지구적 문제는 우리 모두가 연결된 존재임을 절실히 일깨워주었다. 그 어떤 국경선도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고, 어떤 군사력도 기후 재난 앞에 무력하다.
전쟁 없는 세상은 단지 전투가 사라진 상태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증오보다는 이해가, 무력보다는 대화가 우선되는 문명사적 전환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국경 없는 세상이란 국가의 소멸이 아니라, 인종, 국적, 출신에 관계없이 누구나 존엄한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의미한다. 우리가 꿈꾸는 ‘좋은 세상’은 그곳에 있다.
물론 이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이상향이 아니다. 그러나 이상이 없다면 현실은 제자리에 머물 뿐이다. 평화를 위한 교육, 국제 협력의 강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연대의 확대는 그 이상을 향한 작은 발걸음들이다. 우리가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국경 너머 이웃을 낯선 타인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날이 올 것이다.
전쟁 없는 세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국경 없는 연대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만들어야 할 미래다. 그 길의 시작은 언제나 '함께 살고자 하는 의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 의지다.
경찰신문 신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