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보내는 영혼의 편지] 백석
안녕하세요. 마음의 쉼이 필요한 그대에게 빛처럼 살다 간 영혼들의 편지를 전하는 영혼지기 ‘자인’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마음이 잠시 비어 있다면 그 틈으로 영혼의 편지를 함께 열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시인이며 모던보이의 원조 꽃미남인 백석이 보내온 편지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나는 평생 화려한 말을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눈 내리는 마을, 구수한 사투리, 장독대에 내려앉은 햇살,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 같은 것들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은 그것을 평범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평범한 것들 속에 인간의 가장 깊은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그대여. 너무 멀리서 행복을 찾지 마십시오. 행복은 늘 큰 도시의 불빛이나 높은 산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불러주는 내 이름 속에 있고, 저녁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있으며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 하나에도 숨어 있습니다. 나라 잃은 내 조국의 언어로 다정한 내 고향의 언어로 시를 쓰며 세상의 설움을 토해 냈습니다. 그렇게 나는 내 고향 정주를 지나 저 만주로 백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떠났습니다. 그게 서울로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시를 쓰며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좋은 시는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을 자기 고향으로 데려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내 시에는 눈이 내리고, 강아지가 뛰어다니고, 가난한 밥상이 있고, 이름 없는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위대한 사람들의 역사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가 모여 세월이 됩니다.
내 삶에도 오래 잊지 못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움은 더 깊어졌고, 그 그리움은 마침내 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잃어도 아름다움을 잃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리움은 상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혼을 깊게 만드는 우물이기도 합니다.
그대도 누군가를 잃었다면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잊으려고 애쓰기보다 가슴 한쪽에 조용히 앉혀 두십시오. 진실한 인연은 떠나도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불씨가 되어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부디 자신의 말을 잃지 마십시오. 남들이 쓰는 화려한 언어를 흉내 내기보다, 그대만의 목소리로 말하고, 그대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가장 솔직한 마음에서 태어납니다.
이제 먼 계절을 건너 그대에게 말합니다. 삶이 아무리 거칠어도 마음까지 거칠어지지는 마십시오. 가난해도 품위는 잃지 마십시오. 외로워도 따뜻함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가진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끝내 무엇을 사랑하며 살았는가로 기억됩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그대여. 눈 오는 날에는 잠시 걸음을 멈추십시오. 따뜻한 국 한 그릇 앞에서 오래 머무르십시오. 오래된 노래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 작은 순간들이야말로 인생이라는 시를 가장 아름답게 완성하는 한 줄이 될 것입니다.
눈 내리는 북녘 들판을 그리워했던 한 시인이, 그대에게 이 편지를 띄웁니다.
이 편지가 그대에게 잘 전달되었겠지요. 이 편지를 덮는 순간에도 그대의 마음 한켠에 남은 작은 울림은 그대의 하루를 따뜻하게 해줄 것입니다. 저는 영혼지기 ‘자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