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 시인, "충무공을 노래한 해군사관생도, 아흔넷에도 청춘을 품다"

6·25전쟁 참전한 해군사관학교 6기 졸업생

사진=코스미안뉴스 / 차윤 시인

 

7월 28일 서울 매일경제 교육센터에서 개최된 이순신리더십연구회 99차 세미나에서 아주 특별한 분을 한 명 만났다.1932년 생 차윤 시인은 마산고등학교의 전신인 5년제 마산공립중학교를 졸업하고 1950년 해군사관학교 6기로 입학했다. 그가 해군사관학교의 교정을 밟았던 해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았던 시기였다.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6·25전쟁이 발발했고, 조국의 바다를 지켜야 했다.

 

차윤 시인은 전쟁 중 미 제7함대 연락장교로 활약하며 대한민국 해군의 초창기를 함께 만들어 갔다. 이후 전역한 뒤에는 유엔군사령부와 문화공보부 등에서 근무하며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이어갔다. 그의 이력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라 할 만하다.

 

그의 삶은 군인의 길에만 머물지 않았다. 소년 시절부터 문학을 사랑했던 그는 마산공립중학교 재학 당시 국어 교사가 바로 '꽃'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춘수 선생이었다고 회고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천상병 시인과 같은 반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시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교실에서 그는 문학의 꿈을 키워 나갔다.

 

문학 소년이었던 그의 재능은 해군사관학교에서도 꽃을 피웠다. 1950년 9월 해군사관학교 1학년 시절, '충무공의 노래'라는 작품으로 군가 가사 공모에 당당히 1등으로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충무공 이순신의 정신을 노래했던 한 청년의 시심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그는 젊은 날 써두었던 시들을 하나둘 찾아내어 최근 시집 『다시 찾은 그날들』을 펴냈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 청춘의 언어를 다시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시집의 제목처럼 그의 삶은 지나간 날들을 회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잊고 있던 자신의 꿈과 열정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그의 건강과 열정이었다. 올해 아흔넷의 나이에도 시니어 탁구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정정한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삶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결코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이순신리더십연구회 세미나에서 차윤 선배는 자신의 시집을 건네며 "자랑스러운 마산고 동문을 만나 감개무량하다"고 말씀하시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셨다. 그 모습 속에는 전쟁을 겪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며 문학을 사랑해 온 한 사람의 지난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책 속에서만 찾는다. 그러나 역사는 바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전쟁의 참화를 온몸으로 겪고 나라를 위해 봉사했으며, 문학의 꿈을 간직한 채 아흔넷에도 탁구채를 놓지 않는 한 원로의 삶이야말로 살아있는 역사다. 충무공을 노래했던 18세 해군사관생도는 아흔넷이 된 지금도 여전히 청춘이었다.

 

작성 2026.07.29 11:30 수정 2026.07.2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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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