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설 도박장이 된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보호 위한 제도적 보완책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 커지고 있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주가가 널뛰기하고, 어제의 상한가 종목이 오늘은 하한가에 가까운 폭락을 기록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번에는 다르다"며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지만, 시장이 흔들리자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개인투자자들의 계좌다.

 

최근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주식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장기 투자하는 시장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파는 투기적 거래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기업의 실적과 미래 가치보다 정치적 변수와 단기 수급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확산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 움직임을 몇 배로 추종하는 상품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문제는 수익이 두 배가 될 수 있는 만큼 손실 역시 두 배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는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수익 가능성은 크게 부각되는 반면, 손실 위험에 대한 경고는 상대적으로 작게 들릴 뿐이다. 시장이 뜨거울 때는 누구나 웃지만, 시장이 무너지면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말만 남는다.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역시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배가되지만, 반대로 하락할 경우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반대매매가 시작되면 손실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은퇴자들의 노후자금과 서민들의 생활자금까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증권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래가 많아질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고,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시될수록 판매 수익도 커진다. 초단타 거래를 부추기는 각종 서비스와 공격적인 마케팅은 투자보다는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자본시장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건전성은 더욱 중요하다. 투기성이 지나치게 높은 상품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결코 도박장이 아니다. 기업에는 성장의 자금을 공급하고, 국민에게는 건전한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은 장기 투자보다 투기적 거래가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주식시장이 국민경제를 떠받치는 건강한 자본시장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소수의 승자만 웃는 투기의 공간으로 전락할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개미투자자들이 더 이상 시장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손실을 보는 것이 시장의 원리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공정해야 하며, 위험은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 위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성 2026.07.30 10:47 수정 2026.07.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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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