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시냇물

진정희

 

시냇물

 

 

꼬리뼈에 힘을 돋우며 앉아

고운 물결 잡아 흔들어도

발목 사이로 찢겨 나오는 아픔을

굽은 등으로 꿰매는 물살

묵묵히 제 길을 가고 있다

 

다리를 감고 숲을 돌아서도 

몸을 낮춰야 

바다에 다다를 수 있다고

굽어졌다 펴지는 길 위에 

꽂히는 무수한 칼 비를 맞으며

한 발로 선 왜가리처럼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사랑은 아직 죽음에 이르지 못했다

 

거슬러 오르는 먹이만 사냥하듯

발등에 흐르는 세월을 쪼며

깊지 않은 물속을 노려볼 때

꼼짝 않던 물고기들이

움켜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와

굽이치는 강둑을 오르고 있다

 

 

[진정희]

2002년 『한국문인 』 등단. 

시집 『귀로에』

작성 2026.08.05 09:40 수정 2026.08.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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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