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책] 발아래 먼 산 찾아서

여계봉 지음

세상의 높고 낮은 산을 바람처럼 두루 돌아보고 온 여계봉 작가가 ‘발아래 먼 산 찾아서’를 내놓았다. 떠남과 머무름에서 자유로운 작가의 산행은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여유로움의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산마다 품고 있는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 놓은 ‘이야기가 있는 인문산행기’다.

길은 만나고 갈라진다. 삶도 만나고 갈라진다. 어떤 사람은 걷기 위해 걷고 또 어떤 사람은 가기 위해 걷는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다. 길은 떠나기 위해 존재하고 길은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모든 길은 신비롭고 매혹적이다. 그 길을 여계봉 작가는 수없이 가고 또 수없이 왔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바이칼에서 히말라야까지 걷고 걸으며 삶을 만나고 사랑을 채우고 감동을 느끼고 감사를 배웠다. 아름다움에 목이 메이기도 하고 행복에 겨워 눈물이 나기도 했으며 지구촌 사람들은 모두 다 선하고 소박한 한 송이 산꽃 같았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높은 곳에 오르면 일상의 높이에서 볼 수 없는 세상의 다른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다. 산을 오르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것은 함께 땀을 흘리면서도 이런 즐거움이 주는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리라. 환희심이 지나친 것일까? 끝 간 데 없는 초록 숲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군락과 어우러진 비로봉 일대의 철쭉 풍경은 대자연의 신비로움 그 자체다.
-36쪽

천상의 설원에 봄날이 찾아와 천상의 화원으로 옷을 바꾸어 입으면 이 계절의 들꽃만이 연주할 수 있는 봄날의 향연에 다시 초대받고 싶다. 그리하여 흐르는 구름으로 나그네 되어 어지러운 꽃 바다의 들판에서 꽃날의 몽환에 한 줌 내 영혼을 빼앗기고 싶다.
-181쪽

이곳을 피정지로 찾은 춘원과 백석처럼 나도 이곳에서 한민족의 향수를 느껴본다. 해가 장엄하게 수평선을 물들이는 시간, 출렁이는 바이칼 물결이 잠잠해지니 억겁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한다. 호수 깊이만큼 신비에 싸여 막연한 동경과 가슴속 깊은 본향을 느낀다. 마지막을 불사르며 소멸해가는 바이칼의 해는 처절하리만큼 아름답다.
-269쪽

 

발아래 먼 산 찾아서 - 교보문고

 

작성 2026.08.05 09:42 수정 2026.08.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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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