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디카시에 바흐친의 대화 이론 적용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

언술성과 시적 언어의 부정합성

1. 서론

디지털 매체 환경의 급속한 발전은 문학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새로운 변화를 촉발한다. 그 가운데 디카시는 사진 이미지와 짧은 시적 문장을 결합한 복합 장르로 주목을 받는다. 시와 시각 매체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디카시는 현대 문학의 확장된 표현 가능성을 보여 주지만, 그 문학적 정체성과 장르적 위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한다. 

 

이 글은 디카시를 바흐친(Mikhail Bakhtin, 1895~1975)의 대화 이론 및 언술 개념을 통해 분석하며, 디카시의 시적 성격과 언술적 성격 사이의 긴장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디카시에 바흐친의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얼마나 정합성이 있는지를 검토한다.

 

2. 바흐친의 대화 이론과 언술 개념

바흐친은 언어를 고립된 구조나 추상적 체계로 보지 않고, 언제나 특정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타자 지향적이고, 응답적인 사회적 행위로 이해했다. 그가 말하는 ‘언술(utterance)’은 단순한 문장이나 발화와는 거리가 멀다. 화자와 청자, 사회적 관계, 상황적 맥락이 결합된 실제적인 발화 행위이다. 언술은 누군가의 말에 대한 응답이다. 또 다른 응답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를 지닌다. 이처럼 바흐친의 언어관은 본질적으로 대화적이다. 모든 언어 행위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형성한다고 본다.

 

이러한 이론은 문학 장르에 대한 그의 평가로도 이어진다. 바흐친은 소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다성적(polyphonic)이라고 보았다. 이는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 세계관, 가치 체계가 충돌하고 공존하는 장르적 특성을 말한다. 반면, 시는 단일한 화자의 내면적 정서를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자기 완결적이고 단성적(monologic)이다. 대화적 언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바흐친의 입장이다.

 

3. 시와 언술의 부정합성

바흐친은 시에 대화 이론을 활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화 이론은 산문의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 후 연구자들은 가능성에 대해 타진하기도 하였다. 시는 본질적으로 자기 안의 감정을 드러내는 형식이다. 이는 단순한 전달이나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시가 대화 이론을 활용한다면, 단번에 소설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 만약 시가 담론을 재현한다면 조금은 과학적인 방식으로, 뚜렷하고 간결한 형식 속에서 인용문과 같은 등장인물의 직접화법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산문은 “이중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담론이나 혼종언어적인 담론처럼 좀더 미묘한 형식들에 가치를 부여한다. 

― 츠베탕 토도로프, 최현무 옮김, 『바흐찐: 문학사회학과 대화이론』, 까치글방, 1987, 71쪽.

 

바흐친의 언어 이론에 따르면, 시는 단순한 전달이나 표현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시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언어적 표현 속에서 감정과 경험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즉, 시는 세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언어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체험하게 하는 장르이다. 이러한 시의 언어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이며 상징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에 반해 언술은 화자가 세계나 타자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해설하는 방식의 발화이다. 사회적 맥락에 따라 의미를 구성하고, 지시성을 갖는 언어 행위이다.

 

따라서 시의 언어는 상징적이고, 자족적인 성격을 지닌다. 내면 중심적이고 감정적인 발화에 가깝다. 반면, 언술의 언어는 명시적이고 설명적인 성격을 가진다. 외부 세계를 지시하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시와 언술은 언어의 성격과 기능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지닌다. 이는 시와 언술 간의 존재론적 간극을 보여 주는 지점이다. 바흐친의 이론에 따르면 양자는 언어 행위의 지향성에서 근본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

 

4. 디카시의 언술적 특성과 시적 한계

디카시는 사진이라는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현실 세계를 언어로 재해석하거나 설명하는 장르이다. 디카시에서 언어는 감각적 반응보다는 해석적이고 설명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곧 언술적 특성에 해당한다. 즉, 디카시는 직관이나 정서에 의한 언어적 감응이라기보다, 외부의 시각적 대상을 논평하고 지시하는 언어 행위에 가깝다.

 

더욱이 디카시는 대체로 시인의 단일한 시각과 해석을 중심으로 구성하므로, 바흐친이 강조한 언술의 대화적 구조, 즉 다성성, 응답 가능성, 타자 지향성을 이 장르 내에서 충분히 실현하기 어렵다. 디카시는 하나의 응답이자 또 다른 응답을 유도하는 열린 언어 행위가 아닌, 비교적 자기 완결적인 언술로 구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점에서 디카시는 전통적인 시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시보다는 언술 중심의 산문적 텍스트, 다시 말해 ‘디카에세이(Dica-Essay)’로 보는 것이 이론적으로 더 정합하다고 할 수 있다.

 

5. 결론 및 전망

바흐친의 대화 이론은 문학을 언어적 사건으로 재개념화한다. 언술 개념을 통해 화자와 청자, 사회적 맥락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조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는 세계에 대한 단순한 묘사가 아닌 언어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존재론적 행위이다. 그러나 디카시는 시각적 대상을 언어로 해설하고 해석하는 구조를 중심으로 한다. 언술의 핵심적인 대화성과 응답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바흐친의 이론을 엄밀히 적용할 경우, 디카시는 시라기보다는 언술적 특성이 두드러진 산문 장르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디카시는 댓글, 공유, 재해석 등의 방식으로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잠재적인 대화성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확장된 미디어 환경에서 디카시의 수용 양상과 상호 작용적 특성이 바흐친의 대화 이론과 어떻게 접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디카시에 대한 장르론적 재정의는 물론, 현대 문학의 언어적 지형에 대한 보다 정교한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저서:평론집 10권, 이론서 4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6.08.05 10:45 수정 2026.08.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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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