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여행자의 노래

허정인

 

여행자의 노래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날마다 떠나자고 나를 흔든다

 

흔들릴 때마다 무너져 내리는 나의 신념

하늘을 보면 

떠나야 한다고 속삭이는 구름과

떠나자고 등 떠미는 바람

 

아주 사소한 일로부터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까지

갈림길에 서성거릴 때마다

마음은 수시로 배낭을 멘다.

 

배낭 속에서 잠자던 데쓰밸리의 추억이

바람으로 일어선다

 

뿌옇게 날리는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먼 옛날 여행자들이 부르는 

나지막한 노랫소리

 

모래사막에 드문드문 누워있는 죽은 나무들이 

벤치가 되어 여행자를 손짓하며 부르고

해수면보다 낮은 땅에 하얗게 핀 소금꽃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반짝이던 곳

 

낯선 곳에 대한 신비로움으로 들뜨던 날들,

 

이젠 어디로든 떠나야 한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깨고

삶에 지친 내 영혼, 

싱싱한 젊음을 수혈하기 위해 

외로움과 맞바꾼 바람이 되어

새로운 만남으로 설레는 마음,

벌써 낯선 곳을 두드린다

 

 

[허정인]

2004년 『서울문학』 등단.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작성 2026.08.12 09:23 수정 2026.08.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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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