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김동인의 '태형'에서 보는 인간성 파괴

민병식

김동인(1900-1951), 호는 금동(琴童) 또는 춘사(春士), 필명은 김만덕, 시어딤, 김시어딤, 금동이다. 1019년 주요한, 전영택 등과 함께 최초의 문학동인지인 ‘창조’를 발간하였고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순수문학 운동을 벌여 소설을 순수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작품은 ‘배따라기’,‘감자’,‘광염 소나타’,‘발가락이 닮았다’,‘광화사’ 등이 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학병과 징병을 찬양하는 글을 기고했고 내선일체를 강조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22년 12월부터 1923년 1월까지 '동명지'에 3회에 걸쳐 연재된 작품이다. ‘옥중기의 일절’이라는 부제가 있고 1919년 동생의 부탁으로 일제에 대한 격문을 쓰고 감옥살이했던 실제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쓴 작품으로 3.1운동 직후의 미결수 감방을 배경으로 하여, 5평도 안 되는 좁은 방에 갇힌 수십 명의 죄수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과 이기심을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였다. 

 

3·1 운동으로 많은 사람이 옥에 갇히게 되자 감방마다 미결수들이 꽉 차라. 너무 비좁아 잠도 편히 못 자는 형편이고 더위 또한 견디기 어려운 최악의 조건인 40명이 득실거리는 방에 어느 날 70대 노인이 재판을 받고 들어오는데 90대의 태형을 받았다. 

 

노인은 나이가 있어 맞으면 죽을 것 같아 항소를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이라도 나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나마 넓은 공간에서 살 수 있으므로 주인공인 '나'가 주축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동조도 얻고 언제까지 질질 끌지 알 수 없는 항소를 하느니 바깥바람 쐬는 게 낫다는 식으로 노인을 반강제로 꼬드겨 항소를 포기하게 만든다. 

 

저녁때 노인은 항소를 취하하겠다고 해 간수에게 말하고 간수는 영감을 데려간다. 감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공간이 좀 넓어졌다는 기쁨을 누리고 그날 목욕하는 날이어서 모두 기쁘게 목욕하고 방으로 돌아온다. 몇 시간 후 누군가 태형을 맞는 소리가 들린다. 서른 대를 맞고 앓는 소리와 한 대 한 대 때릴 때마다 기운 없는 외마디 소리를 듣는다. 

 

주인공인 '나'는 자신들과 방 사람들이 쫓아낸 노인임을 직감하고 어젯밤 방에서 끌려 나가며 “칠십 줄에 든 늙은이가 태 맞고 살길 바라겠냐며 자신은 아무래도 좋으니 노형들이나 잘 있으라고 한 노인이 한 말이 떠올린다. 내어 쫓은 장본인인 나는 머리가 숙여졌고, 나오는 눈물을 막으려 눈을 힘껏 감는다.

 

작품은 감옥이라는 폐쇄된 좁은 공간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감수하여 살아가는 죄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양심의 문제를 다룬다. 작품의 주인공인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보다 자신들의 조그마한 편함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인간상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가를 보여 줌으로써 인간성의 파괴를 비판한다. 누구든지 작품 속 상황이라면 주인공처럼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8.12 10:23 수정 2026.08.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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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