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달에까지 흔적을 남기는 인간,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논설위원실

 

수십억 년 동안 수많은 운석의 충돌을 견디며 고요히 지구를 바라보던 달 표면에 인간이 만든 물체가 떨어져 새로운 상처를 냈다. 이번 충돌의 주인공은 스페이스X가 발사한 팰컨9 로켓의 상단부 잔해였다. 2025년 1월 발사된 로켓이 임무를 마친 뒤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달과 충돌했다. 지난 8월 초 약 4t에 달하는 로켓 잔해가 시속 8,700km 안팎의 속도로 달 표면에 부딪혔다.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가 충돌 전후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인간이 만든 물체가 달에 남긴 흔적도 확인됐다.

 

우주개발의 역사에서 보면 대단한 과학적 사건일 수 있다.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물질과 충돌 흔적을 분석하면 달의 표면과 우주환경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씁쓸하다. 인간은 지구를 떠나 우주로 진출하면서 지구에서 했던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류는 오랫동안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해왔다. 산을 깎고 강을 막았다. 바다에 폐수를 버렸고 하늘에는 매연을 뿜어냈다. 플라스틱은 바다와 땅을 뒤덮었고, 대기 중 온실가스의 증가는 지구의 기후 자체를 흔들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활동 무대가 지구 밖으로 확대되고 있다.

 

달에도 인간이 남긴 우주선과 탐사 장비, 각종 잔해가 늘어나고 있다. 인류가 달에 보낸 물체 가운데 일부는 정상적으로 착륙하지 못했고, 일부는 임무를 마친 뒤 달 표면에 남았다. 달 표면의 탐사와 개발이 본격화될수록 인간이 남기는 흔적도 늘어날 것이다.

 

인간에게 달은 단순한 밤하늘의 풍경이 아니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바다에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달은 지구의 자전축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쳐 지구 환경의 장기적인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십억 년 동안 달과 지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늘의 환경을 만들어왔다. 그러니 달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달에 사람이 살게 될지도 모른다. 달 기지가 건설되고, 자원을 채굴하며,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달 표면에 무엇을 버려도 되는가. 임무를 마친 탐사선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우주잔해의 충돌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달의 과학적·문화적 유산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작성 2026.08.12 10:25 수정 2026.08.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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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