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싶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하는 이 말은, 사실 세상에서 가장 이루기 힘든 소원인지 모른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를 나오고, 평범하게 취업을 하고, 남들 사는 만큼의 집을 구해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는 일. 이 소박한 문장 속에는 사실 어마어마한 조건들과 눈물겨운 노력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평범함’이라는 아슬아슬한 평균값을 유지하기 위한 거대한 사투였다. 남들 뒤처지지 않게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고, 남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유행하는 트렌드를 좇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자존심을 욱여넣는 날들. 알고 보면 우리가 평범이라 부르는 그 일상은, 매일같이 수많은 비범한 에너지를 갈아 넣어야만 가까스로 유지되는 위태로운 균형에 가깝다.
매스컴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비범함을 강요한다. 누구는 영앤리치로 성공해 스물다섯에 건물을 샀고, 누구는 퇴사 후 세계 일주를 하며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자극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쩐지 초라하고 남들보다 뒤처진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만 이렇게 쳇바퀴 돌듯 지루하게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슴슴하게 밀려온다.
하지만 진짜 삶은 그 현란한 스포트라이트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남들이 보기엔 별것 없어 보이는 하루일지라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사연으로 가득하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떠 텁텁한 입으로 아침을 대충 때우고,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며 출근을 하고, 회사에서 터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꾸역꾸역 수습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이 뻔하고도 지루한 과정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능력이다.
세상에 정말 지극히 평범한 삶이란 존재할까? 어쩌면 평범함이란 고요한 호수 위로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의 물밑 발길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겉보기엔 잔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물살을 차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허벅지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밤, 무사히 하루를 버텨낸 당신에게 스스로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눈에 띄는 대단한 성취는 없었을지라도, 세상의 거센 풍파 속에서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오늘의 우리는 충분히 비범했다. 가장 평범한 하루를 기꺼이 살아낸 당신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심선보]
칼럼니스트
머니파이 대표
금융투자 강사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시부문 작가 등단
저서:‘마음이 머물다 간 자리’, ‘초보를 위한 NPL 투자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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