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예산이 흥정의 대상인가

입력시간 : 2018-12-03 14:42:49 , 최종수정 : 2018-12-15 10:13:23, 이봉수 기자


2019년도 정부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본회의 개최시한을 올해도 넘기고 말았다.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악습이다. 이쯤 되면 국가의 예산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근원적인 원인은 정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예산을 볼모로 잡고 이를 떡 주무르듯 하는 국회의 행태에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과 정부 각 부처의 예산담당 공무원들은 1년 내내 차기년도의 예산안편성에 매달린다. 각  부처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취합하고 심의하여 정부안을 확정한 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이런 전문가집단인 공무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편성한 예산안을 상대적 비전문가 그룹인 국회의원들이 짧은 기간 내에 심도 있게 심의하고 조정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예산안 처리시한이 임박하면 국회 예결위 산하에 소소위라는 이상한 실무팀이 구성된다. 여기서 각 항목별 예산안의 삭감과 증액 등의 작업을 한다. 이 소소위는 예전의 계수조정소위와 비슷한 조직으로 예산안의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정파간 이해관계 때문에 예산안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소소위에 계수조정 작업을 맡긴다. 이들은 철저하게 밀실에서 조정작업을 한다. 각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밀고 당기는 야합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이 때 '쪽지'라는 것이 등장했다. 유력한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을 꼭 반영해 달라는 쪽지를 밀실 작업팀에 전달하면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쪽지예산'이라 하는데, 이런 관행을 없앴다고 하지만 완전히 없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처럼 밀실에서 하는 수치조정 작업 중에 무슨 야합이 이루어지는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예산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회가 심의 확정한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구호는 거창하지만, 예산의 편성과 심의 확정 절차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처럼 문제점이 많다. 여당과 야당은 예산안을 볼모로 다른 현안사항의 빅딜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매년 처리시한을 넘기는 구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예산시스템을 고치려면 헌법 개정까지 해야 하는 난제일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제도가 있으면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고쳐야 한다. 차기 헌법 개정시에는 예산안 심의 확정절차와  결산보고를 국회에 맡기지 말고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맡기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봉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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