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다] 법정 스님의 ‘어떤 나무의 분노'

 

안녕하세요. 강라희입니다. 과부하 걸린 뇌는 달콤한 설탕을 원하지만 시는 부패하지 않게 해주는 소금 같은 것이죠.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위로의 시 한 편이 지친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오늘은 법정 스님의 ‘어떤 나무의 분노’를 낭송하겠습니다.

 

 

어떤 나무의 분노

 

 

보라!

내 이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그저 늙기도 서럽다는데

네 얼굴엔 어찌하여 빈틈이 없이

칼자국뿐인가 

 

내게 죄라면

무더운 여름날

서늘한 그늘을 대지에 내리고

더러는

바람과 더불어

덧없는 세월을 노래한

그 죄밖에 없거늘

이렇게 벌하라는 말이

인간헌장의

어느 조문에 박혀 있단 말인가

 

하잘것없는 이름 석 자

아무개!

사람들은 그걸 내세우기에

이다지도 극성이지만 

저 건너

팔만도 넘는 그 경판 어느 모서리엔들

그런 자취가 새겨 있는가

지나간 당신들의 조상은

그처럼 겸손했거늘

그처럼 어질었거늘

 

언젠가

내 그늘을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 

나는 증언하리라

잔인한 무리들을

모진 그 수성들을 

 

보라! 

내 이 상처투성이의 처참한 얼굴을

 

 

 

법정 스님의 ‘어떤 나무의 분노’, 모든 분들 힐링받는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강라희 기자입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5.09.04 10:13 수정 2025.09.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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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