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문화가 되어버린 조롱, 그 씁쓸함



 



돼지불백과 후전드, 이는 스페인 라리가의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의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승우를 조롱하는 별명이다. 돼지불백은 10년 후에 축구선수가 아닌 기사식당에서 돼지불백을 나르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 후전드는 후베닐(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과 레전드를 합쳐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만 레전드라는 의미로 모두 유망주였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현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승우선수를 조롱하고 비꼬는 표현이다.

 

이승우 선수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마다 손쉽게 돼지불백과 후전드라는 내용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이승우 선수에 대한 조롱의 흐름은 하나의 문화가 된 것처럼 보인다. 이승우 선수의 사례는 독특하게 발견할 수 있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실제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조롱 및 비꼬기는 하나의 흐름이 되어 버렸다. 자신은 늘 옳다는 관점 아래 타인을 비난하고 내려 보는 경향성이 높아지면서, 비난의 방향으로의 조롱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SNS 등으로 다양해지고 다양한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인해 네티즌들 간의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면서, 특정인 및 타인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쉽게 확산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생각을 가질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으며 타인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기에 이러한 흐름자체를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신중해야하며 정도는 지켜야 한다.

 

자신이 아무생각 없이 쓴 조롱, 비난, 헛소문이 대상에게 어떠한 파급력을 낼 수 있을지 생각해야하며, 자신이 함부로 타인이 평가할 수 있는지도 되돌아봐야한다. 익명의 가면에 숨어 타인만을 조롱하고 비난하며 혐오를 보이는 것은 매우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가짜뉴스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가짜뉴스의 몇 배는 많은 자료를 제시해야 하며, 그동안 새로운 가짜뉴스는 계속 생성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짜뉴스에만 한정된 말이지만 확산성 및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비난과 조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1025일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은 이러한 문화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원초적 해결방안으로 연예뉴스의 댓글창을 닫고 인물과 관련된 검색어를 폐지하는 강수를 두었다. 비슷한 흐름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실명제를 악화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방안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을 막을 뿐 본질적인 해결이라고 할 수 없다. 단기적 방안이 아닌 장기적으로 문화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나친 경쟁과 갈등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는 간과되어왔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아래 타인의 실수는 나한테 기분 좋은 것이 되었으며, 그러한 타인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나름의 정의구현이라는 인식마저 심어지게 되었다. 점점 악화되어가는 상황이 씁쓸할 뿐이다. 해결의 방안은 역지사지이다. 타인을 비난하고 조롱하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분위기가 활성화된다면, 하나의 흐름이 되어버린 조롱의 문화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양동규 기자 dkei82.nara@gmail.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0.26 08:32 수정 2019.10.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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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