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재의 연당일기]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이 필요한 시기

위선재


 

뉴욕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기온은 연일 화씨 90도가 넘고 햇볕은 따가워서 길거리를 걸을 땐 될 수 있으면 땡볕을 피해 그늘 아래로만 다니고 있다. 햇볕 아래와 나무 그늘 아래의 기온 차이가 10도 이상은 나는 것 같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사월이면 진정될 거라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으로 확산해가고 있어 언제, 어떻게 끝나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어제부터 뉴욕주의 네일살롱, 미용실 등도 석 달 만에 영업을 재개하였다.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했던 다른 업종들도 정상적인 업무를 개시한 것 같다.

 

그러나 내 가게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염두에 두고 아직도 영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나는 가끔 가게에 나가 다음 주나 다음 달쯤으로 예정하고 있는 영업 재개를 준비하느라 서류들을 정리하고 상품 등 전반적인 것들을 점검하고 있다.

오늘 아침도 가게 안에서 그런 일을 하던 중이었는데 열려 있던 가게 문을 통해 뜻밖의 사람이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버라이즌 전화 회사의 세일즈맨이었다. 세일즈맨을 맞을 상황도 아니었던 데다 그 전에 십 년을 넘게 쓰던 버라이전 회사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한 달 동안이나 신용카드도 받지 못하고 골탕을 먹다가 결국 다른 전화 회사로 바꾸어야 했던 사정이 있었기에 전화 회사를 다시 자기 회사로 바꾸라고 찾아온 버라이전의 세일즈맨이 반가운 턱이 없었다.

전화 회사를 다른 회사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면 그것을 단시간 안에 다시 바꿀 일도 없단 것도 뻔한 일이어서 전화 판매원도 단념하고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젊다 못해 어려 보이는 판매원은 그러한 사실을 말해주었음에도 판촉 교육과정에서 그렇게 배웠었는지 자기들 자기 회사 서비스의 어떤 부분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른 회사로 바꾸었느냐고 물으면서 오히려 점점 더 다가오는 것이었다.

 

이 눈치 없고 어리숙한 판매원과 아직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그치지 않은 이런 시국에 판매원들을 길거리에 내보내 상점들을 방문하게 하는 전화 판촉 회사, 이 둘 다에게 화가 나서 판매원이 하고 잇던 말을 중간에서 자르면서 짜증 섞인 어조로 어찌 됐든 난 지금 너희 회사 서비스로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쏘아주고 말았다.

 

풀이 죽은 모습으로 돌아서 가게를 나간 판매원이 내 눈앞에서 다 사라지기도 전에 후회를 했다. 뒤쫓아가서 다시 불러오고 싶을 정도였다. 이 판매원에게는 오늘이 그동안의 팬더믹 기간을 끝내고 직장으로 복귀해 근무를 시작한 첫날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상품을 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좀 더 친절하게 대해 줄 수는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 방문 판매란 일은 원래도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거절당하는 일이 흔한 일인데 앞으로는 더욱더 그럴지 모른단 생각도 들었다.

이제서야 가게 문을 열기 시작한 사람들은 모두들 업무로 복귀하는 데 여념이 없는데 업종에 따라서는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쑥대밭이 되다시피 한 곳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제 낯선 사람들을 될 수 있으면 멀리하려 하고, 가까이에서 대화하기 꺼리는 풍조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 대부분은 직장을 구하지 못할지도 모른단 암울한 예측을 들은 적이 있다. 코로나 사태를 직간접적으로 맞은 많은 업체에서는 올해 신입 사원을 뽑을 계획이 아예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기존에 고용하고 있던 직원들도 자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가게를 방문한 판매원 같은 젊은이들은 어디 가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 가게를 방문했던 판매원은 자기 일자리에 가장 먼저 복귀한 직원이었는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받았던 판촉 교육을 잘 활용하여 좋은 판매 실적을 올려 보고자 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회사의 전화 서비스를 사주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쫓아버리는 것은 아니었다는 후회가 밀려 왔다. 혹시 나중에 이 판매원 같은 젊은이를 만나시거든 조금 더 참을성을 가지고 대해 주길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도 말하고 싶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국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있을지 모른단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자그만 사건이었다.




[위선재]

뉴욕주 웨체스터 거주

위선재 parkchester2h@gmail.com




편집뷰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6.26 11:15 수정 2020.09.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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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