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재의 연당일기] 불행한 천국

위선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06 10:45 수정 2020.07.06 11:52

 

뉴욕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해 있는 동안 취약층인 노인들이 몰려 사는 노인 아파트 안에서 피해자들이 많았었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그냥 풍문으로 들은 것이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직접 듣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이는 살짝 자연스럽지 못한 이야기이다. 왜냐면 우리가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메인스트리트의 근처 이곳저곳에 있는 노인 아파트들에는 한인 노인들도 꽤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한인들은 한인들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기에 한인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면 금방 소식을 전해 듣곤 한다. 그런데 같은 도시의 지척에 사는 한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거기에 살고 있는 한인 노인들과 우리는 같은 한인이라 해도 아무런 교류 없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동네 노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인 노인들과 전혀 교류가 없는 이유는 그들이 대부분, 이 지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지역으로부터 이곳 노인 아파트로 이주해 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거나 한인 인구가 많은 퀸즈 플러싱이나 다른 지역의 노인 아파트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서 들어갈 수가 없거나 들어가려면 몇 년간 기다려야 하지만 우리 동네의 경우는 아직 들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라고 한다.

시정부가 저소득층의 노인들을 위해 운영하는 노인 아파트는 시예산이 집중적으로 씌여지고 있는 곳으로 공립학교를 운영하는 것 다음으로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 곳이다. 그 돈은 당연히 지역 주민들과 지역에서 장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있는 노인 아파트라면 그 입주자들도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지역의 경제 발전과 사회 형성에 이바지해 오거나 그 구성원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낯선 한인 노인들이 갑자기 자기들이 지금껏 살아오지도 않았던 우리 동네에 와서 시작했다는 것이 자연스럽지가 않다는 말인데 지역 시민들의 측면에서 보면 지역사회에 아무런 기여도 없고 소속도 없던 사람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 시설에 갑자기 끼어든 꼴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노인들 중에는 노인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 요건이 되어도 그 입주자들이 모두 노인들이어서 마치 죽음의 순서만 기다리며 살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싫다면서 편리함과 편안함을 마다하고 자립 생활을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형편이 어려워 그런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데도 공평하지 않은 방법으로 끼어드는 사람들 때문에 순위에서 쳐져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한인 중에는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노인 아파트로 들어가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재산을 감추어 두거나 자식들에게 증여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한국에 있는 부모들을 초청하여 영주권 신분을 갖게 한 다음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여 나랏돈으로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지역의 노인 아파트에 사시는 한인 노인들이 이곳의 다른 한인들과 전혀 교류가 없다는 것은 이분들을 이곳 사회에 연결할 아무런 고리가 없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로운 외국 생활 속에서도 이곳의 한인 사회와도 고립되어 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한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슬픔과 기쁨을 같이할 가족과 이웃이 있어야만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대부분 이민 일세대인 노인분들은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고 미국 사회의 풍습과 문화 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소속감이나 기여도 없는 사회 속에서 나이가 많다 하더라도 사회 원로로 존경받기도 힘들 것이다. 사람들이 나이 들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피가 통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은 정든 산하의 품에서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이유로 미국에 사시는 한인 노인들은 종종 미국을 '불행한 천국'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위선재]

뉴욕주 웨체스터 거주

위선재 parkchester2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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