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행천리] 더위도 쉬어가는 가평 오지 적목용소와 무주채폭포

여계봉 선임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21 11:13 수정 2020.07.21 11:29



경기도 내 최고봉인 화악산(1,468m)과 제2봉인 명지산(1,267m) 사이로 뻗은 가평천 상류는 수도권에서 몇 안 남은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빼어난 경치와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는 지류 골짜기들이 굽이치고, 이 골짜기들엔 어김없이 우렁찬 물소리를 내뿜는 웅장한 폭포들이 걸려 있다.


그 중에서도 가평천 최상류의 오지에 속하는 도마천 일대는 환경청이 고시한 경기도 내 유일의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도마치 계곡의 용소폭포에서 무주채 폭포에 이르는 숲속은 원시가 그대로 살아있는 신비스러움과 차디찬 계곡물이 흐르는 청정계곡을 오롯이 품고 있어 호젓하게 힐링을 즐기기에는 최고의 명소다.

무주채 폭포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이끼 낀 돌계단. 천혜의 계곡이라는 증거다.


용소폭포와 무주채 폭포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에는 어렵다. 이곳을 찾기 위해서는 75번 국도를 타고 명지산 입구를 지나고 38선을 넘어야 한다. 38선에서 3km 정도 올라가면 작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옆에는 이곳이 6.25 전쟁 때 국군 6사단과 중공군의 격전지였음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평화의 쉼터가 있다.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후세에게 전쟁의 상흔을 알리기 위해 당시의 사진자료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쉼터에서 건너편 계곡으로 넘어가는 철다리를 지나면서 계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위틈 안쪽으로 폭포의 내밀한 물줄기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가면 용소폭포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폭포들이 거센 물살로 오랜 세월 공들여 파내 이룬 소들 가운데, 이토록 선명한 초록 물빛을 자랑하는 곳도 드물 것이다. 멀리서 봐도 짙푸른 물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하는데 여느 폭포처럼 이 폭포에도 전설이 있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을 하고 있는데 임신을 한 여인이 그만 쳐다보는 바람에 승천하지 못하고 소()로 떨어져 죽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 폭포의 소가 깊기도 하고 물살이 빠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계곡으로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가평8경 중 5경 적목용소. 2단의 폭포와 깊고 푸른 소는 전망대에서만 볼 수 있다.


1km 정도 떨어진 무주채 폭포를 만나기 위해서 국망봉 오르는 산길을 따라 계곡 안쪽으로 들어간다. 이 길은 국망봉(1,168m)으로 오르는 길이기도 하다.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가 말년에 도망 다니다 이 봉우리에 올라 잃어버린 나라를 망연히 바라보았다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폭포로 가는 숲길은 그늘진 숲이 물길과 어우러지며 끊임없이 풍경이 변한다. 따로 이름 붙이지 않았으나 폭포라 불러도 무방한 물길들이 자주 나타난다. 폭포까지 거리가 멀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하늘을 덮은 원시림 숲속은 햇빛이 사라져 어둑하기만 하다.


간간이 만나는 청보라빛 산수국은 은은한 꽃향기를 숲속에 내뿜는다. 꽃이 있어 아름다운 길, 꽃향기가 있어 더 아름다운 길이다. 폭포 가는 길은 시간에 쫓기거나 서두를 필요 없다. 느긋하게 원시의 자연을 만끽하면서 걸어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름 없는 작은 폭포가 이끼 덮인 바위 사이를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어 숲속에는 냉기가 가득하다.


얼음 같은 계곡물이 뿜어내는 냉기에 더위는 싹 가신다.
폭포 가는 길은 청정계곡의 원시림 속을 걷는 에코 트레킹이다.

무주채 폭포 가는 길에서 만나는 이끼 낀 돌계단은 기자가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곳이다. 좀 안타깝게도 날씨가 건조해서인지 이끼가 가득 자라있지는 않았지만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가득 덮인 돌계단과 바로 옆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연출하는 자연의 앙상블 때문에 계곡의 신비로움은 한층 깊어진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비밀스럽고 신비스럽지만 비가 온 후에 가면 훨씬 더 아름다운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초록색 이끼를 입고 있는 돌계단은 천국으로 오르는 길이다.


무주채(舞酒菜) 폭포 이름이 좀 특별하다 싶었는데 안내판의 유래를 보니 깊은 산속에서 무관들이 무술을 익히고 나서 이곳에서 나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즐겼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폭포, 위로 계속가면 국망봉 가는 길이다.


무주채 폭포 안내판. 폭포는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야 볼 수 있다.


숲길 끝에 이끼 낀 녹색 계곡과 병풍처럼 우뚝 서 있는 절벽을 만난다. 절벽 위 넓적한 바위에서 가파른 암벽을 타고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린다. 그러다가 모난 바위를 만나면 비가 바람에 흩날리듯 산발해서 휘날린다. 높이 30m의 거대한 바위 위에서 가는 물줄기들이 여러 겹 모여 한 굽이 휘어지며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마치 명주실 실타래를 연상케 한다. 비 온 뒤 수량이 늘면 물살은 부챗살처럼 퍼지며 더욱 장관을 연출한다.


폭포는 초록색 이끼 담은 암벽 사이로 부챗살 같은 물줄기를 흘러내린다.

 

계곡 입구의 용소폭포에 입수하지 못한 한을 여기서 푼다. 몸을 벽을 기대어 폭포수를 맞는다. 시원함을 넘어 곧 오싹함이 온몸을 감싼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시리다 못해 아려서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오고 만다.


치마폭처럼 흘러내리는 폭포수에 남정네들 허세는 산산이 부서진다.

 

 

폭포 오른쪽에 나무 그늘 아래 넉넉한 공터가 있다. 옛날 무관들이 나물을 안주 삼아 술잔을 나누고 흥에 겨워 춤추던 곳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들이 즐겼을 풍류를 상상하면서 동무들과 한참동안 이곳에서 희희낙락거린다.

 

적목용소 주차장에서 75번 국도 따라 3쯤 내려오면 조무락골 입구인 삼팔교에 이른다. 조무락골은 북면 적목리의 석룡산(1,147m)과 화악산 중봉(1,423m) 사이 우거진 6산림 사이에 폭포와 담(), ()가 이어지는 계곡이다. 양 산의 지류를 타고 흐른 물이 모여 골짜기를 이룬 이곳은 기묘한 바위와 티끌하나 없는 맑은 물, 울창한 숲이 서로 손잡고 자연을 빚어낸다.

 

조무락골 가는 길은 석룡산, 화악산 중봉 가는 등산로와 겹쳐 사람들 발길이 잦다.


조무락골(鳥舞樂)은 새들이 조물조물 노래하며 춤추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골짜기는 바위와 물길이 잘 다듬어진 아름다운 조각품을 보는 느낌을 준다. 이끼 낀 바위에 부딪쳐 부챗살처럼 퍼지는 물살은 계곡미의 절정을 느끼게 한다. 석룡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삼팔교에서부터 3km가량 이어지는 조무락골에는 복호동폭포를 비롯해서 골뱅이소, 중방소, 가래나무소, 칡소 등 대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울창한 숲속 골짜기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에 새들은 춤추고 노래한다.


38교로 내려서는 숲길 주위로 주목 고사목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오늘 들린 곳들의 지명이 바로 적목리(赤木里). ‘살아 천년, 죽어 천년으로 불리는 주목(朱木)이 많아 생긴 지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죽어 천년만 남아있고 살아 천년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많던 주목들은 어디로 갔을까.

 

친구여.

여름 가기 전, 가평 오지 깊은 산속의 폭포에서 나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춤을 추다 지쳐 쓰러져 잠이 들고, 시원한 골짜기에서 잠시 새가 되어 풀에 맺힌 이슬로 혀를 적시고 조물조물 노래하며 날아서 춤추지 않겠는가.

 




  

여계봉 선임기자

 




여계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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