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드림의 싫존주의] 왜 한국인들은 악플 같은 걸 달고 앉아 있나

한 유명 여자 아이돌 출신의 배우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생전의 그녀는 몇 가지 논란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따금씩 자신의 SNS에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겉옷만 입은 사진을 올리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여느 연예인처럼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음주운전을 하거나, 권력형 비리에 얽힌 것도 아니고 고작 ‘속옷’을 생략한 것 뿐이었지만 그녀가 받은 대중의 관심은 앞서 열거한 사건보다 결코 작지 않았다. 대체 이 나라 대중은 젊은 여자 연예인의 속옷 문제가 뭐라고 그토록 큰 관심을 보였을까. 원인은 속옷에 있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에 있었다. 그녀는 무려 이 나라의 여자 연예인 주제에 ‘솔직’했던 것이 문제였다.


 필자는 오랜 시간 동안 서울 중심가에서 술집을 경영했다. 자연스레 ‘취객의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상생활과 달리 술자리에서 유독 많이 들리는 그들만의 언어 말이다. 한국인이 술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은 바로 ‘솔직히 말해서’다. 때로는 이곳이 술집이 아니라 거대한 고해성사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평상시엔 말 한 마디 없던 자들이 술이 들어가면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술술 토해낸다. 솔직할 수 없던 그들이 술의 힘을 빌려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솔직함을 표출하는 공간 그것이 이 나라의 술집이다. 그리고 술집 말고도 그 공간은 한 가지 더 있다. 인터넷 댓글창이다.


민주사회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중히 여긴다고 배웠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곧 금기의 영역이 된다. 사회 초년생에겐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 보다는 그들이 듣고자 하는 말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오래 걸리지 않아 깨닫게 된다. 함부로 솔직해졌다가는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르기 때문에 조직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개인들은 그 속에서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가리켜 ‘자기 표정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억압지수가 높은 사회일수록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루 온종일 자기 표정으로 살지 못한 어떤 사람이 집으로 돌아와 SNS를 켰는데 어린 여자 연예인이 감히 함부로 솔직한 모습을 보이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마녀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웹상에서 특정인을 비하해서 고소당한 피의자들의 모습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평소 행실이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하고 선량했다는 것이다. 자칫 폭력 전과가 있거나 직업적 안정성이 없는 그런 경우를 예상하기 쉬우나 그들의 실제 모습은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욕 한마디 하지 못할 것 같은 선비 같은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부모님과 선생님은 ‘침묵은 금’이라고만 가르쳤지, 할 말은 하고 사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주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체면의 껍질이 두꺼워지면서 그들은 더욱 더 숨어들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칠 수 있는 공간은 결국 술집 아니면 인터넷 댓글창 뿐이게 되었다. 이 나라에선 이런 이중적인 선비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여전히 귀감이 되는 이상한 풍조가 있다. 그 탓에 이 나라의 놀이문화는 늘 퇴폐와 맞닿아 있다.


 누군가의 뒷담화를 나누는 것은 이미 이 나라의 고유한 소통문화다.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결국 다른 누군가의 뒷담화 대상이 될 뿐이다. 치사하게 뒤에서 숨어 있지 말고 앞으로 나와 당당히 말하자. 멋진 말이긴 하나 현실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영웅이 되거나 이단이 된다. 이 나라의 소시민들은 영웅도 이단도 원치 않는다. 그냥 평범하고 싶다. 또한 면전에서 논리와 근거를 갖고 당당히 말하는 걸 이 사회의 대다수 상급자들은 괘씸하게 여긴다. 당연히 불이익이 따른다. 악플은 절대 솔직해져서는 안되는 이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잔변 같은 것이다.


 


[강드림]

다르게살기운동본부 본부장

대한돌싱권익위원회 위원장

비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0.16 08:02 수정 2019.10.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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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