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전세 대란이란 말을 함부로 말라

입력시간 : 2019-12-09 09:30:25 , 최종수정 : 2019-12-09 09:31:29, 편집부 기자

 




최근 전세 보증금이 천정부지로 올라 세입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오르내린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지금보다 경제력이 훨씬 어려웠던 1990년대 이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 왜 훨씬 잘살게 된 요즘은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가. 3~40년 전엔 집 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계약 만료 시기가 되어 전세 인상분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면 주변 환경이 더 열악한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반대로 돈이 있는 사람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갔다.

 

어쩌면 이것은 너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사람들은 전세 보증금이 크게 올라 돈이 없다며 날마다 죽는소리를 해 대도 자기 예산에 맞는 집으로 옮겨갈 생각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전세자금 대출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그 주변에서만 머물려고 한다. 은행에서 전세 보증금을 장기 저금리로 빌려주고 있으니 누군들 주거 환경이 현재보다 열악한 곳으로 옮겨가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전세자금 대출로 더 넓은 곳으로 옮겨 갈 수도 있다. 이런 좋은 제도가 있는데 누가 부담스러운 월세를 살려고 하겠으며 새집을 구매하려 들겠는가.

 

월세로 옮겨가야 할 사람과, 집을 사야 할 사람조차 모두 이 전세자금 대출이라는 든든한 자금줄 아래 병목처럼 모여 있기 때문에 늘 전셋집은 부족하게 되고, 전세 보증금을 끌어올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세입자들이 법적으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뒷받침을 단단히 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명목 아래 부유한 중산층에게까지 대출을 마구 해줘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그들 중에는 돈이 정말 부족하여 전세자금을 빌려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경제력이 충분한데도 일부러 전세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더 큰 도움이 되도록 전세자금 대출 자격을 전세가의 총액에 따라 단계별로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세 시장이 조금씩 요동칠 때마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자주 시장에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가 자주 개입을 하고 나서면 전세 파동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세입자에겐 막연한 기대 심리를 키워 시장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그 여력으로 차라리 서민의 지원 대책이나 더 마련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은행 금리 수준이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경우 집주인은 이자 수익이 낮아진 전세 보증금을 높게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당연한 결과를 정부와 세입자들은 인정하지 않고 자꾸 거스르는 데서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엔 전세라는 임대 문화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 또한 높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세 임대업자는 자선 사업가가 아닌 수익을 좇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금리가 낮은 이때 예전과 비슷한 수익을 올리려면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해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자꾸만 억누르려 든다면 초기엔 효과가 조금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언제까지 임대 사업자의 수익을 억누르고 통제가 기능할 것으로 보는가.

 

그럴수록 임대 사업자는 세입자의 부담이 큰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만 재촉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월세는 정부가 일일이 간섭을 하지 말고 시장의 흐름에 맡겨 두는 것이다. 세입자는 그 흐름에 따라 자신의 예산에 맞는 집을 찾아 이사를 가고 오면 된다. 전세 파동을 완전히 잠재울 수 없다면 국민을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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