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수상한 책 읽기

입력시간 : 2020-01-10 10:14:44 , 최종수정 : 2020-01-10 10:15:31, 편집부 기자
​​


이상한 책방을 하는 이상한주인이 있다. 한 달 68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니 상식을 넘어선 뜻밖의 존재를 만난 셈이다. 인문 360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책을 읽고, 한주에 1, 한 달에 4권씩, 일 년에 48권을 읽자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는데, 그를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런 내 상식과 크나큰 목표를 여지없이 박살 낸 헌책방 주인의 이력이 수상하다. 전공은 컴퓨터를 하고, 상고에서 주산을 배웠다는 이 젊은 책방주인은 책 읽기에 암산법을 적용하고, ‘문사철을 도입한다.

 

암산식 읽기는 보이는 문장을 한 줄씩 읽는 것이 아니라, 2~3줄씩을 겹쳐서 읽어 내려가는 것이다. 어릴 적 주산을 배우며 암산을 익힌 경험이 있는 나로서도, 암산할 때 머릿속에 주산의 그림을 그려놓고 셈을 해가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바로 그러한 이미지를 문장에 적용하여 내리읽는 방법이다.

 

문사철 읽기는 헤겔의 변증법을 차용한다. ‘정반합의 역사발전론을 문장에 적용하듯 사학-문학-철학으로 변용되는 이론을 읽기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상한 주인장에 따르면, 역사는 승리자의 유산이므로 그 안에는 반드시 모순된 부분이 있고, 이러한 모순을 문학은 자유롭게 반박하여 반대의 이론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정과 반의 자유로운 융합의 바탕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철학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문사철 읽기이다.

 

나의 읽기 전략은 3S(Scanning, Skimming, Skipping)를 활용하고 역삼각형 읽기를 적용한다. 많이 알려진 3S(훑어 읽기, 가지치기, 건너뛰기) 기법이다. 어렵지 않으므로 훈련을 통해 각 기법을 연습할 수 있으며, 각 기법이 별도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세 가지 기술을 종합하여 활용하게 된다.

 

독서를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지도 작성의 필요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학교는 정해진 틀에 맞추어 교육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퇴보시킨다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주장이 다소 극단적임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를 통한 경험을 통해 나는 그의 생각에 상당히 공감하게 되었다.

 

자율 속에 이루어지는 책 읽기의 경험과 즐거움은 독자가 지도를 그릴 수 있게 한다. 어느 단계에 이르면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에 관한 책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책 지도를 그릴 수 있다면 생각의 지도로 나아갈 수 있으며, 생각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만의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주체적인 삶을 운영해 갈 수 있는 삶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책지도생각의 지도삶의 지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지도는 상호 긴밀하게 작용하여 책을 통한 즐겁고 명철한 삶을 만들기에, 책 읽기의 생활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손에 쥐고 있는나는 이렇게 읽습니다의 책날개 속에서 웃고 있는 이 이상한나라의헌책방주인이 또 어떤 이상한 일을 벌일지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 문학박사]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