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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관련 형사재판의 선고가 있는 날이면 서초동 법원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좌우로 진영을 나누어 대치하면서 각각 무죄와 구속을 외치며 시위를 벌인다. 판결이 나오면 한쪽은 장탄식을 하고 상대 쪽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이어서 판사의 출신 지역과 성향이 어떻고 과거 판결이 어떻다는 정보가 유튜브를 통해 도배가 된다. 선진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대한민국 만의 기현상이다. 법학과 학생들이 마지막 4학년 때 배우는 법철학 과목에 이런 말이 있다.
"법전은 요술 상자다. 법전을 영어로 코드(code)라고 한다. 법관은 재판의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조문(code)을 요술 상자에서 뽑아낸다. 그래서 법률가는 나쁜 이웃이다."
물론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법철학은 가르친다. 판사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선입견에 따르지 말고 철저한 증거를 기초로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여당과 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좌파와 우파의 이념적 문제는 더욱 아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심판하는 법률가들이 고뇌해야 할 근원적 사법 가치의 문제다.
사법권의 독립은 사법부 스스로가 지켜내야 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법관은 두 눈 딱 감고 사건을 형평의 저울에 달아본 후 정의의 칼로 심판해야 한다. 요술을 부리는 법관은 인공지능 법관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 되었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