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칼럼] 거리(距離)의 열정(pathos of distance)

홍영수

누구든 삶을 살아가면서 비움을 통해 자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필자 또한,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지만, 오늘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 같다. 장자에서 얘기한 좌망(坐忘)과 같은 비움을 통해 지금의 나와 거리 두기를 시도해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오늘의 나를 극복하는 지평으로 승화시키려고 했다. 기존의 낡은 자아의식을 탈각하고, 자기 극복의 심리적인 힘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바로 니체가 말한 “거리의 열정(pathos of distance)”

 

여기서 ‘거리 두기’는 단순한 사회적,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과거의 나와 지금 나 사이의 거리이고 간격이다. 우린 그 간격을 뛰어넘고 또는 좁히려고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니체가 얘기한 ‘거리의 파토스’이다. 자기를 끊임없이 뛰어넘으려는 열망, 지금의 위치에서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끌어올리려는 마음의 자세를 말한다. 이렇듯 우린 어제의 ‘나’가 아닌, 어제보다 더 진일보하려는 오늘의 ‘나’의 갈망과 의지를 염원하며 산다. 

 

프리드리히 니체, 그는 산책하면서 철학을 했고, 고독 속에서 사유를 쌓아 올렸다. 그의 사유 방식은 단순히 진리만을 추구한 게 아니라 삶을 강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그러한 역동 속에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주인 도덕’과 ‘노예도덕’의 구분이다. 즉, “거리의 열정(pathos of distance)"이다. 여기서 거리(距離)는 단순한 물리적, 사회적인 간격이나 거리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가치 창조를 위한 존재론적인 긴장이고 삶을 위대하게 만드는 미학적 윤리 태도이다.

 

노예도덕은 비굴하고 소심한 인간, 편협하고 겁 많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반동적인 도덕이며 타인에 대한 증오와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도덕이며, 반면에 주인 도덕은 노예도덕과 같은 거짓말쟁이들을 경멸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고귀함을 지키기 위한 절제된 고독이라고 한다

 

주인, 즉 주인 도덕을 가능하게 하는 정서가 바로 ‘거리의 열정’이다. 니체에게 이 말은 귀족적인 영혼이 자신과 평범한 다수 사이에서 정신적, 가치적 거리를 둘 수 있을 때 느끼는 고양된 감정을 말한다. 그것은 결코 오만이 아니다. 이러한 거리 두기의 열정은 냉소적인 시선과 혐오적인 시각과는 다르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한 정신적인 생존전략이다. 대중적인 도덕관념이나 신념, 틀에 박힌 도식화된 진리나 사유로부터 자신을 이탈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고독감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하는 더 나은 창조를 위한 거리 두기이다. 

니체가 말한 ‘pathos of distance’는 타인을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계급적 거리감이 아니다. 그것은 고귀한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세속과 불화를 감수하고, 고독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는 정신적 태도이다. 타인을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속의 평준화 된 도덕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규범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자세이다. 

 

우리는 흔히 사회의 현실 속 직장, 특히 권력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정치문화에서, 상급자나 윗사람은 권위자가 되고 부하 직원이나 아랫사람은 복종하고 따르는 문화이다. -지금은 다소 누그러져 가고 있다 - 이러한 ‘거리’는 억압과 순응만이 오가는 관계이기 때문에, 나다움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없다. 진정한 상급자나, 자칭 윗사람이고 하는 자는 거리를 유지하되 존재의 깊이를 위한 틈을 만든다. 니체가 말하는 ‘거리의 열정’은 그 어떤 직위와 상관없이 고귀하게 행동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 권력으로 누굴 억누르지 않고 고귀한 가치의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갑질 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 

 

남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한다든가 그저 주어진 현실에만 만족하는 이러한 인간들을 노예 같은 인간으로 부른다. 이러한 노예의 근성을 가진 인간들에게 자신을 맞추지 말고 그들과의 거리를 두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것이, 바로 ‘거리의 파토스’가 뜻하는 것이다. 거리를 두고자 하는 열정. "나는 저들과는 다르다."는 마음가짐으로 탁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가리킨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용어다.

 

진정, 강한 자들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달라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어제와 오늘의 다름을 극복하고 차이를 긍정하면서 더 나은 나로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이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멋진 삶의 방향이 아닐까 한다.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5.07.28 10:55 수정 2025.07.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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