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지도도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으며 고용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회계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인 의사의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3년 안에 외과 수술의 대부분을 로봇이 실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전기료 외에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 로봇을 활용하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원가가 장기적으로 0원에 수렴하게 되고 인류는 보편적 풍요를 누릴 날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이런 장밋빛 예측과는 달리 여기저기서 AI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당장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조립하고 볼트를 죄는 일은 인간보다 로봇이 훨씬 더 잘한다. 컨설팅업체는 지식을 파는 일을 하는데, AI에게 시장조사를 시키거나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해 달라고 하면 세계적인 컨설팅업체를 능가하는 결과물을 금방 만들어준다. 디자인이나 건축설계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인문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문학이나 음악과 같은 감성과 창조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도 AI가 인간 못지않게 활약하고 있다. 노랫말만 주면 금방 작곡을 해주고, 주제와 소재만 알려주면 시인들 뺨치는 시를 단 몇 초 만에 써낸다. 그래서 신춘문예나 글쓰기 현상공모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AI가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벌써 AI가 거짓말을 하고, 자기들끼리 담합하여 인간을 골탕 먹이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만약 AI가 핵무기 운용 시스템을 해킹해서 발사 버튼을 누른다면 세계는 원치 않는 핵전쟁에 휘말려 인류의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마약이나 청부살인,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AI가 개입하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이처럼 AI가 통제 불능 상태로 발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AI를 통제할 윤리규범 제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인간의 도덕과 윤리에 부합하지 않는 AI 시스템이나 로봇 개발 등을 금지하는 선언적 규범이라도 제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런 일은 세계적 입장에서 유엔이 주도하여서 해야 하겠지만, 이미 실질적 기능을 상실한 유엔에 기대할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반도체와 IT 강국인 우리나라만이라도 AI 윤리규정을 시급히 제정하여 세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무능한 국회의원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