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목공화국의 빛과 그림자

개발사업이 미칠 명과 암

 

토목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도로나 항만 공항 등을 많이 건설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의 치적이라고 자랑하면서 경쟁적으로 토목공사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겼다. 정치인들은 국가 예산을 자기 주머닛돈처럼 생각하는지,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까지 제도화했다. 

 

해마다 예산국회가 열리면 계수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안을 누더기로 만드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자기 지역의 사업 예산을 따내기 위해 계수조정소위에 집어넣는 쪽지가 난무한다. 이렇게 따낸 쪽지예산은 사업 타당성이나 우선순위와는 전혀 무관한 멍텅구리 예산이다.

 

우리나라의 도로율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공항도 넘쳐나고 이용객이 없어 고추를 말리는데 이용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알려졌다. 전국의 어지간한 섬은 연륙교나 연도교를 건설하여 하루에 차가 몇 대 지나가지 않는 곳도 많다. 항만 역시 부산신항, 광양항, 평택항, 북평항 등 넘쳐난다. 이처럼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과잉투자가 확연한데도, 정치인들 눈에는 오로지 표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방으로 여행하다 보면, 곳곳의 지방도를 4차선으로 폭을 넓히거나 신규 노선의 도로를 개설한다고 북새통이다. 작은 도시나 시골 마을을 따라 지나가던 2차선 도로 옆으로 4차선 우회도로가 개설되면 기존 도시나 마을의 경기는 황폐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백두대간을 뚫어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개설하고 나서 국도변에 있는 인제나 내설악 쪽의 소도시들이 거의 몰락하고 있다.

 

연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조건 다리를 놓으면 좋을 것으로 알지만 현실은 다르다. 다리가 없을 때는 배를 타고 가서 1박2일씩 머물렀던 사람들이 이제 당일치기로 차를 몰고 가서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고 주민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석모도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서울-강릉 간 KTX가 개통되고 나서 관광객들은 하루 동안 잠시 강릉에 갔다가 저녁이면 돌아가 버린다.

 

토목공화국의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는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김해공항 곁에 가덕도공항이 계획되어 있고 관광객이 급감하여 정기 여객선 운항이 줄어든 울릉도에도 공항을 건설 중이다. 주민이나 관광객이 거의 없는 강원도 평창 일대 산골에는 몇 년째 도로 확폭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제 이 정도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무조건 개발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개발사업이 미칠 명과 암을 잘 따져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때가 되었다. 

 

 

[논설위원실] 

 

작성 2026.04.01 11:53 수정 2026.04.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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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