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얼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최근엔 사람들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물론 바이러스 확산방지 차원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얼굴을 가리는데 한몫을 합니다. 이 같은 물리적, 사회적 차단은 인간의 심리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하고, 여러 번 듣고도 여전히 어색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할 정도로 이번 바이러스는 강력하고 위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번에 인류는 아주 독한 놈을 만난 것이지요.

 

가능하면 집에 머물거나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는 그동안 우리 인간이 살아왔던 방식과는 대조적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말 그대로 사람 사이에서, 또 사람과의 연대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는 오랜 인류문명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수많은 사람의 삶에 균열을 가져왔습니다.

 

어쨌거나 시간은 걸리겠지만, 인류는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종국엔 이를 퇴치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구. 신석기 시대처럼 각자의 동굴에 은둔하면서 건강을 지켜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동굴을 거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얼굴을 떠올리게 됩니다. 언젠가 얼이 머무는 굴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그럴듯하지 않은가요. ‘얼굴’, “얼이 머무는 굴.” 결국 얼굴은 정신과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보며 얼굴을 닦고 가꾸는지 모릅니다. 또 이곳엔 신체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오감과 관련된 눈, , , , 그리고 두뇌가 모이게 됩니다. 따라서 얼굴은 한 존재를 대표하는 에센스가 됩니다.

 

존재의 에센스인 얼굴. 얼굴은 한 존재를 압축해 보여주기에, 우리는 매일매일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아는 사람이나 지나는 사람의 얼굴을 스윽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기분, 상태를 감지하게 됩니다. 그러니 얼굴을 잘 가꾸는 것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인상(관상)학에서도 밝은 얼굴, 생기 있는 얼굴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얼굴에 나타난 현상만으로도 그의 상태, 병력, 생각까지도 읽어낼 수 있다고 하니까요.

 

봄비가 촉촉이 오는 오늘은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기 좋은 때입니다. 마침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진행 중이니, 각자의 동굴에 머무는 동안 그리운 얼굴을 많이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나서, 한동안 못 봤던 얼굴을 보게 되면 더욱 반가울 것입니다. 사회적 만남과 모임이 활발해질 때, 그동안 못했던 많은 얘기를 하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각자 불편하고 힘든 시간 동안 건강을 잘 지켜내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다시 그리운 얼굴을 만날 때까지 자신을 얼굴을 잘 가꾸어가는 것이 시대의 요청입니다. (정신)이 존재하는 한 얼굴은 밝게 빛날 것이며, 시대의 얼이 살아있는 한 인류문명은 존속할 테니까요.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11 12:12 수정 2020.09.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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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