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칼럼] '인간성'을 포기하는 순간 죽음은 찾아온다

이선우 기자

작성 2020.03.27 10:39 수정 2020.03.27 11:09

 


책 <생존자>는 20세기 세계전쟁기간 중 자행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그들을 결국 살아남게 하였고, 살아남은 '생존자'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무채색의 어투로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담담히 기술된 생존자들의 증언은 홀로코소트의 잔혹함을 넘어 지옥을 떠올리게 하며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결국에는 살아남아 작가에게 증언을 한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삶', '인간', '인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진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작가 '테렌스 데 프레'는 홀로코스트 관련 연구의 권위자로서 이 책을 통해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과 기대감이 아닌 '삶' 그자체 그대로에 대한 의지, 살아남아 홀로코스트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 복수가 될 것이라는 신념, 최소한의 '인간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그들을 결국 생존하게 하였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기자가 오래전 읽었던 이 책 <생존자>를 떠올리게 된 것은 엉뚱하게도 아동 성착취, 아동 음란물 제작 유포 등을 통해 세상을 떠들석하게하고 있는 '텔레그렘 n번방, 조박사' 사건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얼굴이 공개된 그가 인터넷의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가 운영하던 텔레그램 n번방의 불편한 손님들은 그들의 신상정보 또한 공개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조박사'와 추종세력들의 모습에서 책 <생존자>의 인상깊었던 인터뷰 고증 내용이 떠올랐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은 열차 수송에서 부터 수용소 생활에 이르기 까지 철저하게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햇다. 그것은 말단에서 그들을 통제하고 고문하고 죽이는 군인들의 죄책감을 덜고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수용된 수감자들의 '인간성'과 '인간다움'을 상실시키기 위한 홀로코스트를 자행하는 집단의 철저히 계산된 시스템이었다. '인간성'상실의 첫번째는 '배변'이었는데, 수천, 수만명이 한개의 화장실을 쓰도록 하고, 그 조차도 없는 수용소 삶을 통해 생존자들은 수용소로 끌려가는 기차칸에서부터 자신과 동료들의 분변으로 옷과 온몸이 더렵혀지고 결국은 그위에 쓰러지고 잠자게 된다고 고증한다. 그것은 인간성 상실의 첫번째로, 대부분은 그 첫 단계에서 미치거나 병에 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희망도 미래도 없고 극도의 배고픔과 추위, 질병에 시달리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옥같은 삶 와중에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몰래 훔쳐둔 밥그릇에 볼일을 보고 치웠던 사람들, 똥 묻은 옷을 닦아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살아남아 생존자가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이 떠오른 것은 왜 일까? 딸, 조카, 동생같은 미성년 여성을 협박하고 성을 착취하여 돈을 벌고, 또한 돈을 주고 그러한 영상을 구매한 자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어쩌면 내면에 추악한 욕망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정상적이며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러한 추악함을 쉽게 떨쳐버리고, 종교나 개인적 신념을 통해 욕망을 통제하며, 최악의 '인간'이라도 최소한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인간성'을 포기하고 추악하고 더러운 욕망의 똥, 오줌속에 구르는 '조박사'와 그 일당, 텔레그램 n번방의 야누스와 같은 고객들에게는 죽음과 같은 댓가가 기다릴 뿐이다.



이선우 기자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선우기자 뉴스보기
s143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