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국수 한 그릇 어떤가요

신연강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5.13 11:37 수정 2020.05.13 11:38



비가 제법 내립니다. 모처럼 길게 호흡하며 주말 내내 대지를 적실 것 같습니다. 사선을 그며 떨어지는 빗줄기를 따라가던 물방울들이 실루엣을 펼칩니다. 희뿌연 대기 속에 보이는 낯익은 얼굴.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가 걸었던 더블린Dublin 거리를 걸으며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주위를 돌아보고 스쳐 지나는 생각을 붙잡습니다.

 

찬 대기 속을 걷다보니 따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네요. 바로 국수가 생각나는 때입니다. 국수는 제게 애틋한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가장 애용하시던 음식이었죠. 본시 소화력이 약하고, 일찌감치 틀니를 하셨던 어머니는 힘들이지 않고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국수를 자주 드시곤 했습니다. “밥 먹어야지?” 하시면서 국수를 끓여 내시던 그 모습과 음성이 아른거립니다.

 

국수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나서입니다. 가끔 지나던 거리의 한 식당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지날 때마다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어서, 언제고 한번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추억의 음식을 만나는 낭만여행을 꿈꾸면서 말이죠.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한기를 느끼는 날, 국수는 몸과 마음을 덥히는 한 끼 식사로 제격입니다. 굳이 날씨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화창한 날 맑은 기운을 느끼기에도 그만이지요.

 

국수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애호가들에게 국수는 꽤나 사랑받는 음식입니다. 그들에게 국수가 사랑받는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저는 국수의 매력은 담백함과 단출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빔국수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뽀얀 멸치국물에 둘둘 말은 면을 넣고, 그 위에 파를 숭숭 썰어 넣은 담백한 국수가 제게는 매력 만점입니다.

 

사실 국수는 반찬이 별반 필요치 않은 음식입니다. 겉절이김치 하나만으로도 면과의 조화가 훌륭하게 이루어지니까요. 그뿐인가요, 나무 젓갈로 술술 말아먹고 살짝 건져 먹을 때, 다른 음식에선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만족감이 있습니다. 국수를 다 건져 먹은 뒤 마지막으로 할 일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조금은 야만스럽게 뽀얀 국물을 들이키는 것입니다. 이제 국수 한 그릇을 다 비웁니다.

 

만들 때나 먹을 때 결코 번거롭지 않은 음식. 번듯하지 않아도 소박함과 고운 기운으로 풍미를 건네는 국수가 무척 그리운 날입니다. 국수 한 그릇 비우며, 국수 같은 간소한 삶을 떠올려봅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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