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휘 기자 칼럼] 특수교육을 생각하다

(18) 수어 교육,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김건휘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5.22 11:11 수정 2020.05.22 11:22

 



<기자 주>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농인들의 언어로서 수어가 아직 뿌리를 다 못 내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농인들의 언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수어교육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에 김건휘 기자가 3주에 걸쳐 수어 교육이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자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수어에 대한 관심과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농인 관련 기관과 교회와 같은 종교 단체에서만이 아니라, 관공서의 수어 교육과 대학의 교양 수어 강좌 등 수어를 가르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 의 시행으로 한국수어는 한국농인들의 공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 법에서는 농인들의 교육에 있어서 장애 발생 초기부터 한국수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정책화하였고 한국수어를 교수 학습 언어로 사용하도록 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동 법 시행령에서는 한국수어교육원과 한국수어 교원 자격에 대한 내용을 명시함으로 체계적인 수어 교육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에 청각장애 학교에서도 교사들의 수어 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와 함께 2016년부터 청각장애 학생 담당 교원의교육용 수어 능력 평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은 자신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자각하고 있다(Bahan, 1989). 수어의 사용은 기본 인권으로 받아들여야 하며(정은, 2002), 더불어 농교육에서는 수어 사용의 언어권과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아베 야스시, 김병하, 2004). , 수어는 농인의 제1언어이므로 체계적인 수어 교육이 어린 시절 학교 교육에서부터 필요하다. 이에 농교육 현장에서 농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어 교육이 그동안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농학교 교육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어는 구화법에 밀려 그 사용이 매우 조심스럽고 부정적이었지만 사용될 수밖에 없었던 의사소통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제생원(지금의 국립서울맹학교) 농아부에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농학생의 학습과 생활 지도를 위해 수화강습이이루어졌다. 국립맹아학교 부설 보통사범과에서 수화 교과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이미 이 시기부터 수어의 사용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김칠관, 1999). 특히 구화법 유일 체계 선언(신상식, 1972)에도 불구하고 서울농아학교(1963)에서 발간한 수화교재는 농현장에서 수어가 사용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다. 그러나 1967년 처음으로 농학교 교육 과정이 제정된 이후 농학교 교육 과정에 나타난 언어 지도의 주축은 감각 호흡 훈련, 발성 발음, 말 읽기, 청능 훈련 등으로, 수어와 관련이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김칠관, 1999).

 

시간이 흘러 1989년 고시된 청각장애 특수 학교 교육 과정 기준(문교부, 1989)에서는 처음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말, 수어, 지문자, 글 등의 기본적인 언어 능력을 기를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육 과정에서도 역시 수어하기에서는 표준 수어로 어법에 맞게 표현할 것을 제시하므로, 여전히 표준 수어라고 하는 한국어 어법에 맞는 표현을 통해 국어의 보조 수단으로서의 수어 활용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1993년에서 1995년 사이에 중학생들의 교재로수어 1, 2, 3이 편찬되었는데, 이 교과서는 제재별로 구성되어 단원마다 수어 단어를 소개하고 수어로 문장을 구성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 교과서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어 문장 역시 철저하게 한국어 문법에 따라 조사와 어미 활용 등을 수어 기호나 지문자로 나타내고 있다.

 

1998년 제7차 특수 학교 교육 과정(교육부, 1998)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국어과의 내용에 수어와 지문자의 활용을 제시하였다. , ‘수어 지문자하기가 정보 전달의 중요한 수단임을 알고 구화와의 차이점에 유의하면서 수어하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문자 및 수어하기의 평가를 여전히 국어 어법에 따른 정확성에 두고 있으며, 수어의 장단점과 한계를 언급함으로 여전히 수어를 완전한 언어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았다.

 

2008년 개정 특수 학교 교육 과정 국어과에서도 제7차 교육 과정과 마찬가지로 1학년부터 다양한 의사소통 양식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교육 과정의 내용에서 내용 요소의 예를 상세화하여 수어 지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해설서(교육과학기술부, 2009a)에서 수화 읽기수화하기는 반드시 말을 하면서 수화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제시하였다.

이는 이전까지 교육 과정에서 국어 어법에 맞춘 수화의 사용을 제시한 것과는 달리 수어를 국어의 보조 도구가 아닌, 하나의 의사소통 양식으로 인정하고 수어 능력의 향상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청각장애 교육에서 자연 수어를 완전한 언어로 인정하고 수어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을 위한 지도를 국어과 교육 안에서 체계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09년에 발간한 언어(교육과학기술부, 2009b) 교과에는 한국어 대응 수어는 청각장애 아동에게 언어적 효율성이 아닌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한국수어를 제시한다고 설명되어있다.

2009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수어 언어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어 지도의 예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농학생의 제1언어로 수어를 인정하는 이중 언어 접근법을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받아들이고 농학생의 내적 언어인 수어의 능력 향상을 위한 언어 지도와 이를 이용한 국어 지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어가 제1언어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함에도 한국 청각장애 교육은 이러한 필요성을 너무나 늦게 깨달은 듯하다. 언어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한국 수어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전환이 요청된다. 따라서 청력 손실이 커 음성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농인들의 언어인 수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건휘 기자  loveseoulmirae0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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