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재의 연당일기] 한여름 속의 겨울

위선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20 08:12 수정 2020.07.20 08:23

칠월 중순이지만 오늘은 화씨 80도를 넘지 않는 청명한 날씨이다. 텃밭의 오이들은 얼마나 잘 자라는지 그야말로 여름날 오이 자라듯 자라고 있다. 매일 한두 개씩을 따서 햇양파를 좀 썰어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리기만 해도 훌륭한 반찬이 되어준다.


뒤 뜰의 수국들도 제철을 맞았다. 시원스럽고 풍성한 꽃송이는 무성하면서도 화려한 칠월의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키가 큰 칸나와 여름내 피고 지는 제라늄도 녹음으로 가득 찬 여름 뜰 여기저기에서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이처럼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 왔지만, 올해의 거리 풍경은 예년과는 전혀 다르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시작되어 도시가 셧다운 되기에 이르기까지도 몇몇 동양인들을 빼놓고는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었다.

 

나중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모두들 생명줄이나 되는 듯이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무도 그런 것을 묻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재난 사태가 진정되긴커녕 점점 더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주에서는 잠잠해지고 있지만 대신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그리고 남부의 더운 주들을 중심으로 해서는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는데 어제 하루에만 칠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생겨났다고 한다

  

지난 넉 달 동안의 어느 때보다 하루 확진자 수가 많이 발생한 것인데 이제는 이런 재난 상태에 익숙해져 감각이 무뎌져서인지 그 심각성을 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제 가까운 시기에 이 코로나 사태가 끝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우리가 예전에 알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없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이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병에 걸릴 위험이 커졌다는 데에도 있지만 앞으로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치게 될 엄청난 영향 때문일 것이다. 식당, 네일살롱, 세탁업, 여행업들은 이미 그 사업 기반이 무너져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으며 거기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있어 거기에 따른 심각한 불경기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소비심리 역시 엄청나게 위축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나라에서는 천문학적인 구호자금을 풀었는데 이로써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나중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오게 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 멀리까지 내다보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많은 가게들이 문을 열었는데도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고통스러워 있다. 아예 사업체를 접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 위기를 어찌어찌 넘긴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예년처럼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목격하기로는 맨해튼의 상가들마다 가게를 세놓는다는 사인판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현지인들보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하던 곳인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진데다 대부분의 근로자들도 재택근무를 하는 마당이니 장사가 될 리가 없고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네일살롱에 종사하는 수가 많은데 한결같은 이야기가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지고 불확실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겨울이 벌써 다가와 있다.

 

한여름에 맞게 된 이 겨울이 얼마나 깊을 것인가, 얼마나 길 것인지 아직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더 두렵고 불안한 심정이다.

 


[위선재]

뉴욕주 웨체스터 거주

위선재 parkchester2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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